『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출간된 지 5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도, 단순한 사회 비평서도 아닙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시적 언어와 뜨거운 열정으로, 억압받는 대륙의 아픈 역사를 “살아 있는 기억”으로 소환해 냅니다.
“나는 내가 본 것을 글로 쓰기 때문에, 그들은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한다.” – 블라스 데 오테로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라틴아메리카 여러 군사 독재 정권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영향력과 진실의 무게를 증명해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버스 안에서 친구에게 책을 읽어주다 승객 전체에게 소리 내어 낭독하게 된 소녀, 살육을 피해 아기의 기저귀에 책을 싸 들고 도망친 산티아고의 여성, 서점에서 일주일간 책을 조금씩 읽은 학생… 이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닌, 운동이자 연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지루함을 거부하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언어
갈레아노는 비전문가로서 비전문가에게 말을 겁니다. 사회과학자들의 난해한 언어를 거부하고, 혁명과 고통, 삶과 착취를 시처럼 풀어냅니다. 이 책은 “엘리트의 지식 독점”에 맞서는 언어의 해방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아직도 가난한가?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를 통해 묻습니다.
우리는 왜 불행한가? 그것은 신의 뜻인가, 자연의 운명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역사적 결과인가?
갈레아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불행은 역사적 산물이며,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인간이 바꿀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착취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심'과 '변두리'로 나뉜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그 경계는 국경을 넘어 우리 일상 속에도 깊게 스며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그 구조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을 되살립니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항상 가난한가?
왜 ‘자유시장’은 소수에게만 자유로운가?
왜 역사와 진실은 늘 승자의 편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