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고전은 줄거리를 알고 있어도 다시 펼치게 된다. 읽는 시기와 번역에 따라 이전에는 지나쳤던 문장이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연리가 번역하고 직접 그림까지 그린 이번 판본은 경어체의 부드러운 문장과 새로운 삽화가 어우러져 익숙한 이야기를 다른 분위기로 읽게 한다. 검은 바탕에 꽃과 별이 펼쳐진 표지와 책 둘레의 별 장식은 한 권의 책을 읽는 경험에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한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여러 존재를 만나면서 관계와 사랑, 책임의 의미를 배워간다. 여우가 들려주는 ‘길들인다’는 개념은 누군가가 특별해지는 까닭이 그 존재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과 마음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다시 읽을수록 장미의 모습도 달리 보인다.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떠나는 어린 왕자를 붙잡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는 모습에는 서툰 사랑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에는 장미의 까다로움이나 여러 행성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기묘함이 먼저 보였다면, 어른이 된 뒤에는 그 관계의 이면이 눈에 들어온다. 소중함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고 돌보며 시간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린 왕자와 장미, 여우의 관계는 사랑을 감정의 문제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상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면서 그 관계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한 사람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소설 어린 왕자”가 오래도록 다시 읽히는 까닭은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시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때에는 여우의 말이 남고, 어느 때에는 떠나는 이를 붙잡지 못하는 장미의 마음이 보인다. 이번 판본의 경어체 번역과 지연리의 삽화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을 새롭게 만나는 통로가 된다. 한 번 읽고 덮는 이야기보다 삶의 어느 순간 다시 펼쳤을 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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