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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길의 서재
  • 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
  • 스티브 앨퍼트
  • 18,000원 (900)
  • 2026-03-25
  • : 350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화려한 장면보다 감정의 기억에 가깝다. 어린 시절에는 모험과 환상으로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자연과 인간, 성장과 상실, 노동과 사랑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런 작품들이 어떤 사람들의 손과 판단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들여다보게 하는 기록이다.


스티브 앨퍼트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15년 동안 해외 사업을 맡았던 미국인이다. 그는 내부자에 가까웠지만 완전히 내부자가 되지는 못한 인물이다. 바로 그 위치가 이 기록의 개성을 만든다. 일본 조직 문화 안에서 느낀 낯섦, 번역과 배급 과정에서 생긴 충돌, 작품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기 위한 협상 과정이 지브리라는 이름 뒤에 놓인 현실을 보여준다.


책 속 미야자키 하야오는 완성된 신화가 아니라 끝없이 고치고 의심하며 작업하는 창작자로 그려진다. 그는 만족보다 수정을 택하고, 효율보다 작품의 결을 지키려 한다. 그 옆에는 스즈키 토시오처럼 예술가의 고집을 현실의 구조와 연결하는 제작자가 있다. 지브리의 성취는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준을 지키는 사람, 조율하는 사람, 세계 시장에서 버티는 사람들이 함께 만든 결과다.


읽고 나면 지브리 작품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웃집 토토로"의 고요함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낯선 세계는 우연히 탄생한 감상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충돌, 집요한 노동이 남긴 흔적이었다. 지브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작품 뒤편을 보는 기회를 주고, 창작과 조직,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좋은 결과가 어떤 태도와 시스템 위에서 만들어지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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