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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 어렵습니까?"

"오로지 자기 자신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 해 『내 이름은 빨강』에 이어 오르한 파묵의 책은 두 번째다.오르한 파묵의 책을 읽고 있으면 터키사람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진다.정말 이렇게나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오르한 파묵의 책은   동서양의 가운데 있는 나라 터키인들도 오랜 세월 '정체성'때문에 혼란스러운 모양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해 다른 부족을 모방하고,자신의 삶을 살지 못해 결국엔 잊혀진 미지의 땅의 국민들처럼 '터키인'들은 동양과 서양의 중간사이에 있으면서 이들 중 어느곳에도 자기들의 정체성의 적을 두기 어렵게 된 묘한 모양새를 갖게 됐고, 그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몰락한 부족이나 잊혀진 국민들의 운명을 답습하게 될 것임을 알기에 술탄이 되기 전에  자기 자신이 되기위해 십수년을 보낸 왕자 오스만 제랄레딘 에펜디의 이야기는 이 책의 주제와 잇닿아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 파묵은 고향인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해 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는데, 번역자의 생각으로 그의 모든 작품 가운데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소설이 바로 『검은 책』이라고 한다. 『검은 책』은 역자 말대로 이스탄불의 음울한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정치적인 혼란과 가난으로 휩싸인 이스탄불의 거리 곳곳을 사라져버린 아내와 사촌형의 행방을 좆는 갈립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와  수십년간 밀리예트라는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한 제랄의 칼럼이 교차편집되는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그들의 행방을 따라가는 동안 제랄의 과거칼럼과 연계한  터키 역사의 여러사건들,이스탄불의 우울한 거리와 그들의 삶,비밀스러운 기관들,음모,터키와 유럽의 관계설정 및 서양과 비교되는 국가 정체성과 같은 무거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랑하는 아내(사촌지간 사이에서 부부가 됨)뤼야와 친구이자 사촌형인 제랄의 행방을 추적하는 동안  그가 제랄의 칼럼에서 얻어낸 실마리는'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이고 신비주의인 후루피주의(14세기 말경에도 또 다른 과격 쉬아 소수파가 아스타라바드의 파들 알라(1398년 사망)의 영도하에 생겨났다. 이들은 알파벳과 연관된 그들의 독특한 가르침에 중심교리를 두었기 때문에 후루피파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글자들의 숫자적 가치와 다양한 결합, 조합, 조화 위에 여러 신비롭고 비교주의적인 교리를 세웠다. 파들 알라는 우주 속의 삼라만상을 숫자와 문자의 표현으로 간주했다. )의 글자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내는 과정 속에 일련의 답을 구한다.결국 주인공 갈립은 자신이 숭배하고 선망했던 칼럼 작가 제랄을 대신하여 그의 칼럼에 글을 쓰기 시작하여 이후 점점 그와 합치되게 되는데,이는신비주의에서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는' 소망이 가져온 갈등이 '자아 완성으로,다른 사람이 되는 것으로' 해소된 것이라고 후루피주의라고 하는 시아파의 일종인 신비주의에서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는'소망이 가져온 갈등이 '자아 완성으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으로 해소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나 역시 언제나 무언가를 선망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원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결국 '나는 나 자신이고나는 나의 방식대로 살아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요즘의 수많은 자살을 비롯한 수많은 무너짐과 사라짐도 결국 같은 이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 두 달에 걸쳐 읽은 이 책과의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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