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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의 새 소설 광고를 보자마자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책.

 일단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 소개!

 필리베르 - 본명은 '필리베르 드 라 뒤르벨리에르'로서 프랑스 귀족가문 출신.엄격한 귀족가문의 후손으로서  공립초등학교 등은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의 의지때문에 초등교육은 어머니로부터 받았고, 이후 기숙학교에 들어가 동료학생들로부터 호된 놀림거리의 대상이 된다. 가정 분위기,학교생활등의 영향으로 키가 크고 구부정한 그는  언제나 말을 더듬고,사람들앞에 나서지 못해,   박식한 인문학적 소양에도 불구하고,미술관에서 엽서파는 일을 하며,집안의 유산으로 상속문제에 휩싸인,파리시내의 고택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함.

 카미유 - 이 책의 주인공으로서, 천재적인 화가로서의 재능을 지녔으나,어떤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으로 여기고, 자기의 재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밤중에 사무실 청소를 하는 청소부로 취직한다.어릴적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자학적인 어머니를 둔 탓에,식욕을 잃고,큰 키에 깡마르고 죽지 않으려고 먹는 수준으로 먹고,주로 술과 담배로만 산다.자기 안의 상처를 마음속에 꼭꼭 가두고,꺼내려고 하지 않는 그녀.

프랑크 - 필리베르의 집에서 기거하는 요리사.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이 사내는, 혈육이라곤 할머니 한 분 뿐...오토바이광이자,거친 말을 입에 달고 산다.사귀는 여자(살을 섞는 여자)들은 거의 싸구려티 나는 여인들이지만,  요리는 끝내주게 잘함.

 폴레트 - 프랑크의 할머니.사랑스러운 여인.남편이 죽은 프랑스의 어느 시골집에서 10년 전 집을 나가 거의 연락이 되지 않는 손자를 기다리며,혼자 시간을 보낸다. 원래는 정원일을 좋아하고, 동물들을 사랑했으나,약간의 치매와,곧잘 넘어지는 증상으로,자신의 그런 증상을 알게되면 양로원으로 보내질 것을 염려하여,푸른 멍을 감추기 위해 온 몸을 옷으로 감싸고 살던 할매.

 뱅상 - 뱅상을 다르게 발음하면 빈센트가 된다고 한다.카미유가 청소하던 사무실 청소함 뒤편에 몰래 살던 그는 마약중독자.어느날 카미유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카미유는 그를 자신이 살던 8층 옥탑방에 살도록 해준다. 그는 거기서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들로 구성된 카미유가 갖고 있던  책을 읽게 된다.

 굳이 이렇게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이유는,이들은 모두들 자신들을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킨,세상 속에 있지만,실상 그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폐인들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일거야.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망가져가는,될대로 되라는,바닥으로 꺼지고 있는 사람들이랄까.

 "내가 읽은 건,사람들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사람들이 나한테서 기대하는  존재가 되지 못하면고통을 받는다는 거예요.지독하게 고통을 겪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는 것이지요.그러면 안 되죠.난 그러게 죽지 않을 거예요.고흐에 대한 우정과 형제애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죽지 않을 거예요……그러고 싶지 않아요."

어느날 카미유가 뱅상으로부터 들었던 말인데,이들은 어쩌면 직업적인,의무적인 기대 외에 자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사랑할 사람들을 갖고 있지 못하고 생각했던,그래서 죽어가던 인물이 이들이 아닌가 싶다.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손을 내밀고,같은 공간에 살면서,가족이 되는 것.필리베르,카미유,프랑크의 동거에서 시작해서,폴레트 할머니와의 합류...

'어찌 보면 이들이 이루고 있는 가족은 진짜 가족보다 나았다.자기들이 원해서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이 가족을위해 고난을 무릅썼고,그 대가라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함께 행복해지는 것뿐이었다.아니,행복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그들은 이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함께 있을 수 있다면,그것만으로 족했다.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지덕지한 일이었다.'

 그들이 만남이 가져다 준것은 '무엇을 그리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모습으로 그리게 되리라'는 것처럼,서로에게 생생함,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들로 변모시킨다는 것이다.그리고 서로의 살아있는 그 사람만의 모습을 발견해 주는 것.

 결혼기념일을 맞은  사람에게 했던 말이 있다.

"예전에는 결혼기념일이 왜 중요한 줄 몰랐는데,이젠 알 것 같아요.그건 스스로 선택해서 만들어진 가정을 자축하는 거잖아."라고...

 혈연에 의한 가족이 아닌 함께있고 싶어서 만들어진 가족의 따뜻함을 안나 가발다는 그녀답게 잘 만들어냈다.카미유의 수많은 스케치들과 프랑크의 맛난 요리들처럼.

 "내가 너에게 온 것은 거기에서 훔쳐온 모든 것을 너에게 도둑맞기 위해서야."라고 합창하던 그들,너무나 행복해보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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