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은 배설물은 더럽다고 생각하고 사체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모든 동물은 먹으면 당연히 싸고, 태어났으면 언제가 죽기 마련이지만 인간동물은 먹고 사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구의 생태계는 몸 밖으로 싼 배설물과 죽음을 맞은 사체로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모든 동물은 먹고, 번식하고, 이동하며 지구 내의 필수 영양물질(질소, 인, 탄소 등), 에너지, 유기물을 서로 다른 생태계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고래처럼 다른 동물보다 큰 동물의 경우 그 동물에 기생하는 또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고래의 경우 바다를 통해 대륙을 이동하며 단순히 영양물질이나 에너지의 이동으로 특정 계절에 특정 지역의 1차 생산을 증가 시킬 뿐만 아니라 사체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탄소를 공기로부터 격리하기도 한다. 고래의 경우 한 마리가 큰 영향을 주는 매개체가 되지만 작은 동물이나 곤충 또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기 대응에 도움을 주는 생명체이다. 하나의 동물 자체는 작을지언정 개체군으로서 큰 집단이라면 한 번에 많은 수의 사체가 생기거나 이동을 하는 상황만으로도 지구 내 영양 순환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국가에서 야생동물 보전 활동을 할 때,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막아 서식지 자체를 제한해두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동물의 개체수 증가이다. 지구 내 포유류의 생물량을 무게로 환산하였을 때 인간동물은 36%, 인간동물이 '먹기위해' 키우는 가축(으로 분류된 동물)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즉 포유류의 96%가 인간동물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며 고작 4%만이 야생동물이라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는 인간동물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인간동물은 지구 생태계를 인간동물만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쓰고 있다.
자연스러운 비인간 동물의 이동 경로가 끊기면 영양물질 순환이 막히고, 이는 탄소 저장 및 생태계 기능 유지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온전히 지구만을 위한 기후 대응 전략에는 모든 동물 개체군의 자연스러운 회복과 이동 경로 확보가 포함되어야 하는데도, 인간동물은 자신의 활동을 줄이거나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생태계 파괴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동물이 자초한 일이다. 과연 인간동물은 스스로 망가뜨린 생태계를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