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사랑은 비극이다. 아도니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비너스는 사랑하는 아도니스에게 위험한 짐승을 사냥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문제는 아도니스는 사냥을 좋아하고 비너스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친구와 멧돼지 사냥을 하러 갔다가 치명상을 입어 사망하고, 아도니스의 피가 흐른 곳에서 핀 꽃이 아네모네가 되었다는 설화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비너스와 아도니스를 보면 비너스(=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이지만 상당한 테토녀로 자신이 반한 아도니스에게 직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아도니스는 사냥을 좋아하는 청년이라지만 에겐남의 정석이며, 사랑을 회피하고 있다. 비너스는 자신이 가진 신의 권능을 무기로 사랑을 구애하였고, 아도니스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길 원하였기에 이 둘의 관계는 죽음이 아니라도 비극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지정성별 때문에 일반적인 젠더 권력의 역전 현상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성적 욕망을 지닌 여성을 전면에 들어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볼 수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주체성을 가진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신화를 일부러 서사시의 주제로 삼은 것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