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착욱 감독의 ’어쩔수없다‘가 목적주의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영화라면 ‘공허의시대’는 왜 인간의 삶은 목적이 아닌 충만이 필요한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어쩔수없다’는 인간의 감정과 윤리 사이의 불일치에서 생겨나는 파국을 그리고 있다. 감정과 윤리 사이에 불일치가 생긴 이유는 바로 목적주의 때문이다. 취업을 하여 돈을 벌고 정년까지 살아남아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그 목적 말이다. 목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목적주의에 함락된 정신과 윤리이다. 영화에서는 안정적인 가족 부양이라는 목적으로 당위성을 설명하고자 하지만 보통 우리 삶에서 목적은 성공과 목표달성이라는 공통 사회적 목적이 있다. 과연 성공과 목표달성이라는 사회적 목적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가능한가? 라이프코드 조남호 대표는 '공허의시대'에서 매 순간을 온전히 누리고 소중하게 여기는 삶은 '물질적 성공'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목적주의에 파묻히게 되면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놓치고 계절의 변화와 느낄 수 없으며 정작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돈은 쉬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지만, 중요한 행복을 살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