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꿈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었다. 당시의 일기를 보면 '강아지든 고양이든 햄스터든 좋으니 친구를 데려다 주세요.' 하며 성탄절마다 간절한 소원을 빈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어린 동생이 천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서 동물을 기르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결국 등하굣길마다 마주치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을 보며 부러운 눈빛을 던지거나, 동물을 키우는 친구의 집에 놀러가 몇 시간이고 넋 놓고 지켜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얼마나 귀여운지, 얼마나 씩씩한지, 얼마나 똑똑한지……. 그런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어린 나는 동물을 길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기대와 감상에 부풀어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깐 보아 귀엽고, 영리하고, 예쁜 것은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같이 산다면, 살을 부대끼며 지내는 '가족'이 된다면 어떨까? 그때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할까? 임정아 작가의 <우리 산책할까요>는 바로 이렇게 '가족처럼 부대끼며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 산책할까요>는 어려운 책은 아니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글로 담아낸 것이 에세이인 만큼,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또 어떻게 보면 그만큼 '쉽게 읽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는 않다. 작가는 네 마리의 개와 얽힌 순간들을 통해 자신의 삶의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을 찬찬히 짚어 나가는 작가의 담담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가슴이 뭉클해진다. 즐거웠던 시간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의 너무 이른 이별이라는 슬픈 사건을 마주해 함께 겪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이게 가족이 아니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본문에서도 이야기했듯, 어쩌면 반려동물과의 삶은 '슬픈 동행'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끝이 있다는 점에서 이 만남은 더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끝없는 상처와 고통의 연속인데도 인생은 왜 아름다운 것인지" 그 비밀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삶은 아프고도 아름다운" 것이니까!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는 임정아 작가의 시선은 참 다정한 온도를 갖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슬픔과 상실감이 큰 만큼 새롭게 깨우친 사랑의 깊이 또한 크고 깊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비밀인 것 같다. 끝없는 상처와 고통의 연속인데도 인생은 왜 아름다운 것인지를 푸는 비밀의 열쇠, 무심한 바람결에 어디선가 휙 스쳐오는 꽃향기 같은 것. 그래서 삶은 아프고도 아름답다.-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