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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ㅣ 문학동네
우리는 모두 가치관이 다르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관대하며,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런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이 책 『트러스트』는 영리하게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초, 뉴욕의 월 스트리를 배경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앤드루 베벌' 과 '밀드레드 베벌' 부부에 대한 네 명의 서로 다른 시선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버벨 부부에 대해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점도 독특하다. 이는 화자따라, 서술방식에 따라 독자에게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할 때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협소한지 생각해 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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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챕터 중 첫 번째 챕터는 [채권]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벤저민 래스크는 앤드루를 표현한 것이며, 그의 부인 헬렌은 밀드레드를 투영하고 있다. 소설에서 다루는 두 부부는 신비롭지만, 비극적이다. 벤저민은 고립적이며 투자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로, 그의 아내 헬렌은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며 예술적 재능을 가졌으나 광기로 삶을 마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우리가 문학 속 인물을 실제로 받아들일 때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설 속 인물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허구의 인물이다. 인물은 그들을 만들어 낸 작가의 영역이다. 실제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두 번째 챕터는 [나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미완성 자서전이다. 앤드루가 본인의 삶을 '소설'이 왜곡했다고 분개하며 직접 자신의 삶을 조명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써내려간 글들이다. 작위적이고 '소설'과 상반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업적으로 포장하고, 밀드레드가 전형적이며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보여지길 희망한다. 자서전 속 인물들도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인간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허물은 덮고 합리화 하며, 성취는 뽐내고 포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자서전 속 앤드루의 모습과 앤드루가 서술하는 밀드레드의 모습은 진실일지 의심스럽다.
세 번째 챕터는 가장 흥미롭다. 앤드루가 자신의 자서전을 위해 고용했던 여성 '아이다'의 회고록이다. 그녀는 돈의 위력과 각자의 이익을 위해 남성들에 의해 왜곡되어지는 한 여성의 삶에 대해 분개한다. 또한 창작자로서의 다양한 혼란과 어려움을 표현한다. 세 번째 챕터는 이 책의 작가 '에르난 디아스' 의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챕터는 여러 사람에 의해 서로 다르게 표현되고, 받아들여진 밀드레드의 병상 일기이며 반전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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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는 인간 본성, 돈의 습성, 자본의 폭력성, 이상과 현실, 페미니즘, 창작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독서모임에서 깊은 토론을 나누기 좋은 작품이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