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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김수빈 ㅣ 문학동네 ㅣ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_ 대상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에 선정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여타 다른 청소년 문학보다 관심이 간다. 그만큼 독특하며,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역시 그랬다. 이 작품은 특히 '초록'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앞뒤를 꽉 채운 초록은 독자에게 편안한 '숨고르기' 시간을 선사한다.
작품은 한 아이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는 달달한 로맨스, 인물 찾기 추리, 시대의 문제를 다룬 시의적 소재 등 여러 재미 요소가 들어있다. 여백이 많은 지면으로 휘리릭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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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이 동경하고 선망하는 대상은 같은 반 친구 '고요'와 '정후'이다. 한 친구는 일방적으로 관계를 거부하고, 한 친구는 한없이 다정하다. 두 친구 모두 수현에게는 자극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존재감 없던 하얀 얼굴의 '우연' 이 수현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하고, 수현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관심은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게 된다.
수현이는 작은 자신의 눈이 싫다. 아빠를 닮았으면 손재주가 있었을 것이며, 엄마를 닮았으면 운동신경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순하기만 하고 잘하는 것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과연 반짝 빛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하지만 평범한 자신이 평범하고 순하기에 다정함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엄마에게 자신이 특별하진 않지만 유일한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p.189) 자신을 뽐내고, 어떤 일에든 겁없이 도전하고, 실패를 툭툭 털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호의적인 사회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지 않은 다른 편의 사람들에게 '소극적이다' , '사회성이 부족하다' , '개성이 없다' 라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현이의 고민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작품 속에서 중심 인물이 아닌 인물에게 꽂히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 속 수현이의 단짝 친구 '지아'에게 푹 빠져버렸다. 소심하고 조용한 수현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존재,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언제나 수현이를 믿고 함께 행동하는 존재, 상대가 스스로도 깨우치지 못하는 감정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는 존재가 내가 작품에서 발견한 '지아'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달달하고 따뜻한 존재란 말인가. 자신이 결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수현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인물이다. 둘의 우정이 오래도록 견고하게 서로에게 힘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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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시끄럽지 않아도, 빠르게 나아가지 않아도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선의' 마저 거부하는 고요에게 '고요의 방식'으로 선의를 베푼 조용한 수현이의 용기가 우리 아이들의 이곳저곳에 존재하길 바래본다.
▨ 출판사 지원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