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이얍 2025/04/07 16:23
이얍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박현수
- 18,000원 (10%↓
1,000) - 2025-03-26
: 1,960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커피, 만주, 멜론, 호떡, 라무네(사이다 같은 음료), 초콜릿, 군고구마, 빙수를 다룬 책. 당시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고 좋아했던 간식 위주로 선정했는데, ‘달콤한 맛‘ ’부드러운 맛‘을 대체한 새로운 문명 디저트가 전통 간식 한과, 약과, 식혜 등을 밀어냈다는 역사적 포인트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해당 디저트를 언급한 소설 문장 및 신문 기사를 방대하게 인용하고 광고, 삽화 등 그림 도판을 두루 수록해서 굉장히 알찬 책이라고 느끼며 읽었다. 참고로 디저트의 어원은 프랑스어 ’desservir’. 식사 후에 식탁을 정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100년 전 디저트를 다룬 이 책은 누가 더 많이 먹는지를 겨루거나 맛집 찾기에 몰두하는 데서 벗어나 먹는다는 행위의 온전한 의미를 더듬어보려는 작업의 하나다. (들어가며)
〰이태준의 표현을 빌리면 당시 다방을 즐겨 찾는 이들은 ‘특별한 사무적 소속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은 일본의 식민지라는 억압 아래에서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도 못했고 또 가질 가능성도 없는 인물들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땐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부터 먼저 골라 읽었다. 예나 지금이나 연인, 로맨스의 상징이었던 초콜릿부터 고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주로 팔았다는 만주(만두), 일본식 시럽 빙수까지. 특히 빙수에 관해 읽을 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빙수당 당수‘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단것을 좋아했다는 어린이날 창시자 방정환 에피소드가 먼저 생각난다. 냉면도 좋아했던 방정환은 냉면을 먹을 때 냉면에 설탕 한 봉지(…)를 부어 먹었다 한다. 냉면을 가장한 설탕 국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단맛을 좋아했던 것이 동심을 유지한 비법이었나…!😇
〰1929년 8월 잡지 〈별건곤〉에 실은 “빙수”라는 글에서 방정환은 빙수를 먹을 때 오렌지나 바나나 시럽을 뿌려서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빙수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것은 새빨간 딸기시럽이라고 한다. 당시의 빙수를 먹어보지 못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빙수당 당수의 말이니 신빙성이 높을 것이다.
연달아 소개되는 신문 소설 ‘선풍시대’의 한 장면도 인상 깊었다.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한 여주인공이 입맛을 잃은 채 병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빙수점에서 홀린듯이 얼음 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상쾌해짐을 느낀다. ‘새밝안 이찌코를 보기 조케 뿌려논 빙수를 명순이는 정신업시 바라보앗다. 10전이면 한 잔을 사서 소원대로 먹을 수 잇겟지만 여자의 체면으로 참아 들어갈 수가 업섯다.‘ 여자 혼자 빙수점에 들어가는 것이 당시엔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빙수도 혼자 먹지 못한 채 답답한 가슴을 홀로 쓸어내려야 했을 명순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며…(망할 구시대 문화ㅡㅡ) 올 여름엔 명순 대신 망원 토마토빙수와 설빙 신메뉴를 맘껏 조지리라 결심해본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