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김혜리 기자와 김상욱 교수가 추천사를 쓰셔서 신뢰 200퍼센트의 마음가짐으로 읽게 된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천문학자이자 행성과학자인 심채경이 학구적이고 담백하고 따뜻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천문학자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아직 못 읽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글에선 동질감을 느꼈다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을 환기하는 글에선 대중을 향한 분노를, 다가올 반세기 동안 달 과학에 기여할 젊은 과학자로서 작가가 <네이처>에 인터뷰한 글에선 자랑스러움을, 홀로 남은 연구실에서 연구에 집중하던 밤을 회상하며 자신의 직업은 '어떤 주제에 골몰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는 글에선 경외를 느꼈다. 무엇보다 심채경이 묘사한 공부하고 연구하고 학문에 몰입하는 삶 자체에서 '치열한 낭만'을 느꼈다.
작가가 작금의 대학 교육을 반대하며,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글이 있다. 이 글을 위시해, 속에서 끓어오르는 원망 섞인 목소리를 새삼 곱씹었다.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닌, 경쟁하고 학점을 따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좋아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그런 사회였다면, 나도 불나방처럼 연구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굳이 SF 세계관이 아니어도, 현실에서도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원들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천문학자로서 인문학적 감성을 표현하던 문장도 적어두고 싶다. 행성 보호국에 취직한다면 화성이나 토성 등 탐사선 부서는 생명이 싹트기 좋아서 업무 강도가 셀 것이니 비교적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할 달이나 수성 같은 소행성 탐사 부서의 직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달에 집을 짓는 상상을 하는 그. 석양이 보고픈 어린 왕자에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본인의 모습을 그리면서 천문학자의 쓸모를 자랑하는 그.
감성 어린 문장들 사이, 그가 추천한 비투비 임현식의 '랑데부'는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 속에 꾸준히 남은 곡이 되었다. 생전 가본 적 없는 우주에서 지금도 행해질 공명을, 망망대우주의 먼 공간을 이 곡을 들으면서 꿈꾸는 표정으로 떠올린다.
<씨네21> 편집위원으로 몸담고 있는 김혜리 기자가 추천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직업에 관한 더 많은 글이 필요하다"고. 천문학자의 일기를 통해 천문학자의 시선을 간접체험 해보았으니, 다음에는 일기 쓰는 식물학자 그리고 또 다음에는 일기 쓰는 목수의 글도 경험해보고 싶다. 나와 닮은 모습으로 닮은 사회에서 매번 다른 삶들을 꾸려가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실감나게.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 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