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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책의 서재
  •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키미앤일이
  • 11,700원 (10%650)
  • 2021-06-10
  • : 89
니들북이 출간하는 삐(BB, Be Better)' 시리즈의 세 번째 도서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를 읽게 됐다.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한 삐 시리즈는 “더 나은 나를 위해 일상에 울리는 경보음, 삐(BB)!”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나의 몸, 나의 가족, 나의 밥, 나의 물건, 나의 이웃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 기획이다. 제철소, 위고가 함께 출간하는 아무튼 시리즈나 드렁큰에디터의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와 비슷한 결의 기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는 그림을 그리는 아내 키미와 글을 쓰는 남편 일이가 공동으로 작업한 책이다.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라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 ‘완전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 부부가 채식을 하면서 느낀 고충이나 다짐, 선언, 반성을 적었다.

‘육식’을 디폴트로 하여 식습관을 형성토록 하는 사회, 채식을 하면 건강하지 못하고 단백질이 부족할 거라는 편견, 비건을 향한 맹목적인 혐오와 공격(다만, 페미니즘 운동의 대립을 근거로 든 부분은 엥? 싶었다. 적절하지 않은 듯.), 채식을 하면서 깨닫게 된 동물성 음식의 비자연스러움과 부조화 그리고 야만성. 비건의 책에서 익숙하게 언급하는 주제와 설득도 있었고, ‘어라?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싶게 익숙하진 않지만 소탈해서 더욱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몇 번 있었다.

이를테면, 평생 몸에 익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고통 같은 것을 읊을 때다. 저자는 어릴 적 재래시장에서 먹은 옛날통닭 맛이 그리워 비건 선언 후에도 여러 번 통닭을 시켜 먹은 적 있는데, 그때마다 옛날만큼 맛있지 않고 고기 잡내가 역겹기만 해서 후회하곤 했다고 말한다. 채식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 ‘향수’ 같다는 저자의 문장을 보며,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시쳇말을 떠올렸다. 또한, 좋아하는 향의 화장품을 포기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그와중에도 담배만은 절대 못 끊겠다고 한탄한다.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미술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아내를 보며 21세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실감하고, 배달음식은 거의 허용되지 않는 집밥 루틴을 나열한다.

내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고기 잡내와 시뻘건 고기의 속살이 자아내는 위화감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육식을 끊지 못한다는 사실이 소름끼친다(ㅠㅠ) 당장 비건까지는 어려워도 ‘비육식주의자’로 거듭나 실천에 옮기는 날까지 비건 텍스트와 자주 만나고 좀 더 친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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