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접점이 있는 것에는 쉽게 익숙해지지만, 접점이 사라진 것에는 금세 소원해진다.
건강이 보편적 가치로서 점점 더 환대받는 반면, 질병과 죽음이 일상과 분리되어간다면 우리는 병과 죽음을 내 삶의 일부로 인식하기 어렵다. 질병과 죽음이 비일상적인 것이 되면 우리는 점점 건강이라는 보편적 가치만을 좇으며 살게 된다. 반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병과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체험이 되어 건강을 추구하는 행위는 마침내 강박으로 변하고 만다. 지나치게 건강에 치우친 이런 생사관(병과 죽음이 일상과 분리된 상황에서 이를 생사관이라고 불러도 좋을지는 의문이지만)은 건강할 때는 행복하고 쾌적한 가치관처럼 보이지만, 병이나 죽음을 전제로 한 삶의 방식을 취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세기에 발견되어 20세기 내내 발전을 거듭해온 ‘건강’은 본래 통계적・생물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개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흡연,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건강위험인자인 것은 맞지만, 이를 ‘선과 악’의 가치 기준으로 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건강을 널리 전파하고 있는 의료진은 이 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건강에는 ‘건강미’라는 가치와 부르주아적 상승 지향성이 내포되어 있다. 건강은 소비와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타인과 나를 차별화하고,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기 위한 상징으로서 기능한다. 병과 죽음이 일상에서 분리되고 경제적 관점에서 건강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건강이 보편적 가치이자 선한 행위로서 우리의 통념과 습관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건강에 좋다고 하면 앞다투어 몰려들고 그런 식품이나 물건에는 높은 가격이 붙는다. 보드리야르가 갈파한 대로, 건강한 생활과 육체는 고급으로 인정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동시에 건강위험인자로 여겨지는 식품과 물건에 대한 불안과 혐오는 더욱 심화되었고, 건강을 잃기 쉬운 습관과 행동에 대해서는 부도덕한 감정마저 품게 되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비흡연자들이 자신들의 건강권을 내세우며 흡연구역 분리를 요구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 사회는 실제로 그 방향으로 움직였고, 흡연구역은 점점 분리되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전 시대와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흡연구역이 철저히 분리된 지금도 담배에 대한 혐오는 악화일로다. 흡연자가 내뱉는 숨 속 미량의 담배 냄새에도 다들 기겁을 하며 피한다. 건강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명분 아래, 담뱃세도 순식간에 껑충 뛰어올랐다.
담배만이 아니다. 여러 건강위험인자들이 의료진의 선전 활동에 힘입어 차례로 봉쇄되고, 기피되고, 때로는 단속되기까지 한다. 미성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 예를 들면 아이들끼리 어른이 없는 장소에서 노는 일도 금지되고 있다.
‘불건강 = 악’이라는 인식은 현대 사회에 널리 퍼진 통념일 뿐, 인류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결코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불건강한 삶이 반드시 어리석은 것도 아니며, 불건강한 선택이 항상 후회를 낳는 것도 아니다.
만일 현대인이 진정으로 자유롭다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마음껏 자유를 누리다 죽는 삶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인생을 단순히 ‘어리석을 수 있는 권리’라는 말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또한 건강이 인생의 주인인 양 행세하고 우리의 행동과 통념을 전적으로 지배해서도 안 되며, 나아가 타인의 행동과 선택을 비난하고 멸시하기 위한 대의명분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위험인자라는 개념이 사회 구석구석에 퍼지고 건강이 현대 사회의 보편적 가치의 왕좌에 오름으로써 우리가 놓치기 쉬운 가능성과 선택지, 나아가서는 잃어버린 자유도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까?
여기서 내가 말한 ‘잃어버린 자유’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더라도 그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할 자유, 즉 오늘날의 보편적 가치에 비추어보면 ‘악’으로 간주되는 것들까지 포함한다. 물론 간접흡연과 같이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자유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그 당연함의 수준과 정도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쇼와 시대에는 진짜 도둑과 사기꾼만이 아니라 일반인 중에서도 훔칠 수 있으면 훔치는 사람, 주운 물건을 슬쩍하는 사람, 물건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르는 사람 등 법 준수 의식이 내면화되지 않은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절도와 사기, 폭력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폭력 행위나 법을 어기는 일이 무용담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의 단속 범위는 지금보다 좁았고 감시카메라도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경찰서에 불려 다녔고 경찰이 적발하는 사건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었다. 또한 범죄자로 적발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크고 작은 불법 행위자들이 흩어져 있었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