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를 만났다. 이 책은 수집 애호가의 시간이 기록된 추억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사진과 함께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파이아키아' 공간을 관람하는 독자들에게 수집가인 저자의 상세한 설명과 추억이 담긴 이야기로 들려주는 글이라서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읽었다.
평소 영화 평론가로만 알던 이동진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이 책만큼은 수집가로 붙어야 싶다. 흔히 덕질의 세계라 말하는 열정과 애정은 경지에 이르는 수집의 정석 이상인 진가를 보여주었다.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엔 어렵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간혹 방송을 보면 여러 수집가들을 보게 되는데, 동진 작가님도 예사롭지 않는 박물관을 만드셨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온 것은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었다. 사인도 사인이지만 특별한 소품을 활용해 사인을 받은 저자의 생각이 놀라웠다. 평소 작가에게 사인을 받을 때에는 책 앞표지가 대부분이고 영화인이나 뮤지션이라면 아마도 자신이 갖고 있는 악기나 소장하고 있는 음반이나 사진, 포스터가 대부분인데 동진 작가님은 작품에서 들려주는 핵심 키워드나 의미에 대한 상징적인 소품에 사인을 받는 이색적인 특별함이 더 깊이 다가왔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에는 박물관 도록을 읽는 느낌이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세월에 스며든 시간의 기록이 삶이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담아낸 수집품은 일상의 다른 에피소드가 아닌 애정 하는 모든 이야기가 수집된 것이다.
라디오나 여러 매체를 통해 동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은 팬들은 책을 읽는 내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 그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를 담아 말씀하셨구나. 싶어지고 소개된 영화며, 책이며, 음악들은 찾아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작품들이 대거 출현되어 있다.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일단은 이동진 작가님의 추억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인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를 읽어봐야 알게 된다. 재밌게 본 이야기를 다 말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파이아키아에 소장된 책과 음반 그리고 dvd와 수집품은 일부만 책에 담겨있다. 유년시절의 최초 수집품인 우표부터 현재의 수집품까지 사물을 통해 들여다보는 이야기라는 현미경은 삶과 역사가 뒤엉키는 새로운 이야기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남았다고 말했다. 이야기 혹은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을까, 더불어 오랫동안 파이아키아 공간에서 담으실 소장 목록은 새로울 것 같다. 동진 작가님은 계속 채우실 것 같다. 이야기를 말이다.
언젠가 속편인 '파이아키아'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왠지 그럴 것 같다. 많고 많은 이야기 가운데 간추렸을 이야기는 분명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신비롭고 놀라움이 앞서졌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수집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이야기로 탄생시킨다는 것을 읽게 된다.
이 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했다. 직접 책에 기록된 사진으로 보고 글로 읽어야 흥미가 높은 책이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음악을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생각나면 이 책을 다시 펼쳐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장식품으로만 대부분 수집하는 의미와는 다른 이야기들을 저자는 파이아키아 라는 공간의 프리즘을 통해 들려준다.
파이아키아의 공간의 온도와 빛은 신비하고 다채로워 보인다. 재밌게 읽은 만큼 즐겁게 기억될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