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남성성을 추구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낯 뜨겁게 읽었다. 미국 남부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란 레이첼은 1년 동안 성경에서 가르치는 여성으로 살아 보겠노라 결심하고 한 달에 하나의 주제를 정한다. 10월 △온유를 시작으로 △살림 △순종 △용맹 △아름다움 △정숙 △순결 △출산 △복종 △정의 △침묵 그리고 9월 △은혜까지, 해당 성경 구절을 연구한다. 유쾌하고 단단한 글솜씨로 일상 속에서 실천해 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댄(작가 남편)이 된 것 같았다. 실천이라는 표현 아래 신학과 젠더의 깊은 통찰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1년을 동행한 것처럼 느껴졌다. 고정된 성경적 여성성이란 없으며, 개인마다 자유롭고 용맹하게 성경의 모순과 신비 사이에서 살자고 말을 건네는 과정이 멋지다. 여성 폭력에 관한 숨 막히는 현실과 총체적인 문제들 속에서 이토록 발랄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서글프기도 했다. 여기의 레이첼들과 함께하는 게 성경적 남성의 역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