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형성한 인물과 사상을 권위자의 글로 소개하는 영국 SPCK 출판사의 'Very Brief History' 시리즈 중 한 권인 <예수> 한영 합본. <바울과 선물> 저자 존 바클레이가 쓴 <바울>을 흥미롭게 읽은 터라서 출간 전부터 기대했다. 100쪽이 안 되는 짧은 내용에 초기 기독교 연구의 전문가인 저자가 제시하는 1세기 팔레스타인 배경과 예수를 둘러싼 인물들, 복음서에 관한 신학, 문학적 장치 등이 어우러진 꽉 찬 내용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신앙의 대상이었던 그리스도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낯섦을 마주하는 일이 신학하기의 기초라 생각하기에 좋은 신학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탄탄한 신학적 구성도 훌륭하지만, 역사에서 만들어진 유산을 소개하는 8장 '오늘날 예수'에서 문화 기독교인을 다루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다. 서구도 남반구도 아닌 동아시아 한국에서 예수를 따르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어떨까. 이 얇은 책이 정답을 주지는 못해도, 좋은 출발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