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대표하는 개신교 신학자의 첫 번역서이자 마지막 저작을 읽으며 평을 남기기 어려웠다. 독서 중에 교회가 혐오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정신학의 방법으로 그리스도교는 '문화-종교, 성서의 종교, 교리, 도덕 체계, 교회,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더 깊고 심오한 차원의 신앙을 탐구하는 문장들이 현실과 겹쳐 보여,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평소라면 현실의 다양한 현상을 재단하며 비교적 쉽게 표현했을 텐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책은 한 번 더 숙고하며 읽으라고 주문하는 것 같았다. 그리스도교를 '무엇'으로 환원할 수 없지만, 현실의 다양한 또는 실망스러운 '그리스도교들'을 감싸 안으면서도 끝내 말할 수 없는 복음을 다시 상상하고 제안하는 것. 그리스도교를 대표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교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영역들의 자리를 찾아 주는 것. 성찰과 신비를 늘 중심에 두는 것. 이것이 나로서는 저자의 마지막 호소를 붙드는 방법이었다. 신학적 반성과 침묵이 절실한 이때, 위안과 질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