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기억을 건드린다. 우리의 10대는 어떠했을까. 우리의 청소년기는 무슨 계절이었을까. 책은 그렇게 읽는 이에게 끊임없이 지난날의 한 순간을 떠올려보길 요구한다. 그리고 물어본다. 그렇다면 ‘청소년’ + ‘성소수자’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역사와 활동을 소개하는 책 『홈 프라이드 홈』은 그렇게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름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책이 가장 힘을 주어 말하는 부분은 어쩌면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청소년이라서, 그리고 성소수자라서 내쳐지지 않고, 모두와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공간에 관한 이야기. 책 속에 수록된 사례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해 보이는 공간들이 때때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띵동은 바로 그 지점에서 그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다름 아닌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먼저 함께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나의 주춧돌이라 할 것이다. 하나의 공간이 오로지 하나의 주춧돌로 지어질 수 없듯, 우리 모두가 오롯이 함께해보자는 것이다.
책은 아득하고도 씁쓸한 순간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홈 프라이드 홈』은 변화하는 일상을 꿈꾼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도 비난받지 않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일상을. 『홈 프라이드 홈』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러한 미래를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하여 이 책의 끝에서 (어쩌면 시작에서와 같이)그 함께의 하나가 되고 싶었다. 이제 둘을 찾고 싶다. 자, 손🖐~!
쉼터 담당자나 부모와 전화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기도 불안하니까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의 고민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받지 못하는 경험, 고통에 대한 것이다. 수용의 경험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변화시킨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도 비난받지 않는 상황에 안도하는 그들의 일상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