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이었어요. 간밤에 비가 좀 많이 내렸다는 거 외에는 별다를 거 없는 목요일,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제 겸둥이 모닝을 끌고 회사 주차타워 3층에 주차를 했습니다. 어둑신 해서 잘 안 보였지만 뭐, 맨날 대는 자리니까 터프하게, 슝슝.
내려서 차 문을 잠그려는 찰나, 묘~ 묘~ 규칙적인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차 소리에 묻혀 잘못 들었나 했어요. 아니면 주차타워 구석 어딘가에서 나는 소리일 거라고. 그런데 소리가 생각보다 가깝더군요. 옆 차에서 나는 소리인가? 누구 휴대전화의 메시지 알림음? 음향 효과? 라디오? 그런데 거의 동시에 주차한 옆 차 사람이 뚜벅뚜벅 가버린 후에도 고양이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어요. 내 차에서 나는 게 거의 틀림없었죠. 퍼뜩 겁이 났습니다. 내가 고양이를 치었나 봐!
즉시 차 뒤쪽을 확인해 봤어야겠지만 안 그래도 동물을 무서워 하는 사람이라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친구의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얼른 주차장 쪽으로 나와 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빨리 빨리 빨리!
와서 차 바닥과 뒤쪽을 살피더니 고양이가 없대요. 헐. 근데 얘는 계속 울어요. 그때 퍼뜩 겨울철 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차 보닛에 들어가곤 한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 네. 거기 있었습니다. 그 녀석을 꺼내려고 00이 용 쓴 얘기, 우유로 꼬였으나 실패한 얘기, 다른 차 보닛으로 잠입하다 겨우 잡힌 얘기, 이런 얘기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생략할게요. 주행거리가 길었더라면 엔진 열 때문에 어떻게 되었을 테고, 주행속도가 빨랐다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텐데, 직장과 집이 4k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무탈하게 발견된 건 그 녀석 복입지요.
점심시간에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4~5개월 정도 된 수컷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어 뵈고, 피부병이 약간 있는데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00이 임시보호 중이구요. 며칠 사이 털에 윤이 나네요. 솔직히 저는 00이 키워 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그 집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고, 요 녀석과 그 녀석들이 사이 좋게 지낼 것 같지 않대요. 그렇다고 제가 키우기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동물공포가 너무 심합니다. 입양처를 찾아보고는 있는데 낯모르는 사람한테 덜커덕 보내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겠다고 제 차로 찾아든 애를 다시 버릴 수도 없고...
이 기특하고 똑똑한 녀석을 맡아주실 분, 안 계실까요?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