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젤라즈니의 팬이 된다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번째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글이 재미있다는 점이다. 한 작가의 팬이 되는데에 가장 기본사항이기도 하니 부연이 필요없다고 하겠다.
둘째로는 작품수가 꽤 많다는 점이다. 대표작 한 두개만을 가진 작가의 경우 '왜 이 사람은 글을 이것만 썼을까?'하는 쓸데없는 팬으로서의 고민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젤라즈니 팬은 그런 면에서는 조금 낫다.
셋째로는 작품이 자주 번역되어 나온다는 점인데, 원문 읽기를 귀찮아 하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장점이다.
네번째로 젤라즈니를 자주 번역하는 신뢰할 만한 번역가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여러 출판사에서, 좁디 좁은 한국 SF시장에서 그나마 일정 정도 이상 팔리는 것은 젤라즈니라는 것을 눈치챈 듯 그의 작품들이 연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팬으로서는 감사할 따름인데 이 중단편집(왜 제목을 바꿨는지는 모르겠다)은 그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작가마다 특히 잘 다루는 책의 분량이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젤라즈니의 경우에는 중편이 매력적이다.
책 가격이 그리 낮은 편은 아니지만, (살짝 흝어본 것 뿐이기는 하지만) 오자나 비문도 보이지 않고, 역자도 김상훈 씨인 관계로 마음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 등 젤라즈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이 중단편집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아, 물론 책을 읽는데 정석은 없다. 제일 긴 앰버 시리즈로 젤라즈니를 접하는 것도 단편으로 시작하는 것 만큼이나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추기: 통칭되는 R. Zelazny가 로저 조셉 젤라즈니의 약칭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로저 조셉 크리스토퍼 젤라즈니의 약칭이라는 건 이 책에서 처음 안 사실이다. 흠, 신기하군...
추기2: 이로서 국내에 번역된 젤라즈니 번역서는 모두 구비하게 되었다(그리폰북스판 내 이름은 콘라드를 포함해서...). 실로 뿌듯한 일이지만 문제는 책들이 서재 어느 구석에 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