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하기 전까진, 아니 지금도 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즐거움과 함께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며 관심을 갖고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아버지께서는 군 장학생 출신으로 오랜 기간 군 복무를 하셨으며 지금도 안보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버지의 영향과 더불어 자라온 환경이 군이라는 특수조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은 이 분야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따라가지 않는 미래지만 '군사전문가'나 '종군기자'를 꿈꾸던 때의 한 가지 목표는 '힘의 균형을 유지한 상태에서의 평화 유지'였다. 마치 스위스의 무장 중립주의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가 조금은 위험한(?) 주제를 다룬 <기지 국가>를 손에 집게된 이유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불편한 진실과 동맹국 대한민국의 '진정한 동행'을 위해서이다. 미국의 동맹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서 첨단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어쩌면 '기브 앤 테이크'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 세계에 포진해있는 미군기지이다. 안보학을 책을 통해서 배우고 다큐를 통해서 익혔기 때문에 많은 기지는 보다 강력한 군사력 활용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 공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미합중국 해군이 11개의 항모전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동맹국의 국민으로서는 대단히 든든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바인'의 시선을 따라가 이 불편한 현상에 대해서 살펴본다면 이런 이론적 논의가 현실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미국은 냉전 시기를 겪으며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국가이자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룩했다. 비록 현 상황에서 중국의 기세가 매섭긴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2000년대 역시 미국의 독주는 계속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파워를 유지하는 미국의 재정이 밑빠진 독마냥 군사지출, 특별히 해외 군사기지 유지에 쓰인다는 사실에 경악해야한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소비라기엔 군사력 2위 국가부터 대다수의 군사 강국들의 군사지출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재정을 기지 유지에 소비하고 있는 미국이다. 이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이러한 지출은 도리어 미국의 만성 적자의 원인이 된다. 보다 위대한 미국은 결단코 기지가 늘어남으로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와 나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보다 깊은 논의는 이 책의 폭넓은 분석을 읽으며 함께했으면 한다. 확실한 점은, 미국의 동맹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전 시기부터 우리와 함께했던 우방이 건실한 국가로 제역할을 했으면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는 안보공동체로서 '친구'의 잘못을 고치도록 뼈있는 말을 하는 것이 '진정한 동반자'라는 점을 분명히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