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5/10
[짜임새 있는 느긋함으로 조립한 젊음의 두 페이지.]
인물이 나름 살아있고 소설 안에서 숨도 쉰다. 상황은 재미있다. 전반적으로 썩 나쁘지 않다. 루즈한 이야기를 다루는 데도 불구하고
전통적 소재와 페퍼로니를 조화하며 독특함을, 동의 가능한 독특함을 이끌어 낸다. 다만 훌륭한 이미지의 활용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지고 그게 전반적인 옅은 맛으로 이어진다. 그게 작가와 소설의 색이라면 색이겠지만 때깔이 좋지만은 않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은희경
4/10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이야기만으로.]
의도는 선명하다. 너무 선명해 되려 불편하기도 하다. 승아와 민영의 불협화음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이지만 동시에 구속이기도 했다. 솔직히, 난 이 작품이 소설이어야 할 이유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 이야기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하기 위해서, 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적지 않은 부분에서 부적절하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좋지 못한 것도 저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버들 천만사, 권여선
5/10
[같지만 또 다르게, 엄마는 그렇게 엄마가 된다.]
진부할 수도 있는 서사 구조와 방식을 가지고 변주를 통해 새로움을 이끌어낸다.
부모자식 간 화해 서사의 양상은 자칫 지루해지기 쉽지만 이 작품에서는 달랐다. 초반부를
넘어서 모녀가 만나는 장면부터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엄마의 성장도
흥미롭다. 서사적으로 아무런 시도- 또는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점요소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런 부족함을 감안하더라도 ‘씨’로
요약되는 은근한 긴장과 거리감이 재미있게 읽힌다.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정한아
6/10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인간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까지.]
우선 무엇보다도 글에
흡인력이 있다. 끝까지 향하게 하는 힘으로 가득해서 꾹 차오르는 마음을 안고 읽게 된다. 작품에서 시원은 엄마에 의해 배제된다. 그런 아이를 두고, 현실을 마주하여 독자에게 다가오는 엄마의 모순 가득한 모습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선사한다. 드라마로서 가치 있고, 그렇다고 이혼 가정 또는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모녀의 갈등에만 초점을 두지도 않는다. 잘 설명하고 잘 드러냈다. 다만
캥거루를 굳이 사용하면서까지 제목을 지은 이유는 찾기 힘들다.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오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제목이다. 더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건 엄마 뿐 아니라 작가도 마찬가지다.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최은미
7/10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보아야 할 몇 가지 이유.]
소설이 소설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적어도 올해 김승옥 문학상 안에서 그 이유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 것은 최은미였다. 현실과 주관을 통해 성립하는 서술이 꼼꼼하게 감각을 사로잡고 그 안에서 선명히 주제가 드러난다. 표면에 과거와 기억이 덮이며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간접 체험의 효과를 가장 잘 수행했다. 다만 새로움이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보편적 서사 구조 두 개를
엮은 것만으로는 충분히 새로운 것을 쓰지 못했다고 심사위원은 생각한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작품보다 나은 소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들소, 기준영
2/10
[이미지만으로 점철된 스크랩북은
소설로 성립하지 않는다.]
아주 개인적이고 아주
사소하고 아주 주관적인 시선으로 담긴 수필 위에 이미지 몇 개를 구워 얹는다. 그게 이 소설, 이 가진 전부다.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고 결말까지 이르면
작가가 적당히 펼쳐 놓은 색들이 어설프게 섞여 잿빛으로 흐리멍텅하게 서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걸
참고 지켜본 우리에게는 박수를.
-------------------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선뜻입니다.
선뜻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dde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