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20년이다. 계간 창작과 비평도 올 겨울이면 190호다.
40년 넘는 시간을 헤치고 넘어온 지금, 한국문학에는 무엇이 남아있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번 신인소설상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 문학은 2000년대 이후 그 무엇도 해내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일이 있던 한 해다. 사회는 크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문학이 살아 숨쉬려면 응당 새로운 것을 담아야 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고뇌해야 한다.
그러나 당선 작품 '이름 없는 마음'에서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말을 해야하는 게 우습지만 현권의 '플렉스'나 문자 메세지 외에 이 소설은 Now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담고있지 않다. 상황과 묘사를 조금 낡게 바꾸면 몇 년도에 나온 작품인지 알 방도가 없을 정도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나 좀 더 들어보겠다고 사람들이 소설책 또는 창비를 집어들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심사평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소설에서 인물을 살리는 정도는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요소인데 칭찬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인물이 독창적이거나 생동감으로 가득해 금방이라도 소설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것도 아니다. 다른 척 조금 했을 뿐인데 박수를 보내줘야 하는 처지다.
낡은 이야기 구조에, 소설을 읽게 만드는 힘도 없고, 결말이 크게 가치 있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런 소설을 '무엇보다 인물을 살릴 줄 아는 소설'이라고 칭하고 작가의 힘을 믿어본다고 창비는 말한다.
나는 그런 가식을 보겠다고 책을 집어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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