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초밥왕>이나 <신의 물방울> 같은 일본 만화를 읽으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뭔가 특별한 이야기 거리가 있을까 싶은 주제를 그렇게 까지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그 이야기가 또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던 것이다.
온다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읽으며 바로 그런 류의 일본 만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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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이다. 기본 설정부터 앞서 언급한 일본 만화에서 주로 다루는 설정과 비슷한데,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워서 마치 한 편의 만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먼저, 메인 캐릭터 같은 역할의 ‘가자마 진’은 정규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5살부터 피아노의 거장에게서 사사 받은 16세의 천재 소년이다. 그의 연주는 듣는 사람에 따라 극과 극의 체험을 선사한다. 게다가 그에게는 딱히 피아노도 없으며 양봉가 아버지를 따라 방랑생활을 한다.
정말 만화였다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할 라이벌 캐릭터로는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이 있다. 역시 천재이며, 훤칠한 외모로 줄리아드의 프린스로 불린다.
그렇다면 두 천재 사이에서 방황하게 될 히로인은? 물론 있다.
한 때 천재 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무대를 떠났다가 재기를 꿈꾸는 ‘에이덴 아야.’ 그려는 여러모로 만화 속 히로인의 역할에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꿈을 쫓아 대회에 참가한 ‘다카시마 아카시 ’라는 캐릭터도 있다.
그렇지만 <꿀벌과 천둥>이 만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극적 재미를 위한 라이벌 간 갈등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같은 콩코르에 참가한 그들은 그 자체로 라이벌일 수밖에 없지만 정작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음악(피아노) 자체뿐이다. 그래서인지 그들 각자의 이야기도 그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인지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러면서 그 가치관이 그들의 연주에 반영된다. 그 과정에서 연주를 글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 묘사가 실로 압도적이다. 소리를 글로 표현하는데 느낌이 몹시 생생하게 귓가를 자극하는 것만 같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수도 없이 들었던 ‘공감각적 이미지’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분명 글로 이루어진 문장인데 마치 만화처럼 장면 장면이 그려지는 듯했고, 귓가에는 피아노 연주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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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CD를 구매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