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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 김복희
- 19,800원 (10%↓
1,100) - 2026-06-24
: 2,574
타인의 마음을 그린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일까, 아니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 같은 새일까? 김유희 작가가 쓰고 이명애 작가가 그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를 그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네 마음속에 있는 거라면 네가 직접 그려봐. 스스로 해보는 거야~" 하고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모호하고 까다로운 상상을 대신 형태화하는 건 생각만 해도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속 작은 서점의 어른(직원이자 화가)은 달랐다. 엄마가 새를 키우지 못하게 해 그림으로나마 보고 싶다는 아이, "날개가 아주 큰 새", "부리가 날렵한 새", "종이비행기처럼 생긴 새"라며 끊임없이 던지는 엉뚱한 요구를 화가는 단 한 번의 짜증도 없이 정성스레 들어준다. 모바일 화면을 찾아보고 연필을 쥐며 고개 파묻고 고민하는 화가의 태도 속에서, 아이의 상상력을 온전히 존중하고 자기 시간을 내어주는 '진짜 어른'의 지혜와 다정함을 배운다.
몽환적인 공간, 그리고 'T적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의 부재
조용한 서점에 찾아와 직원과 긴 대화를 나누는 아이의 모습은 동화적이면서도 어딘가 신비롭다. 이런 따뜻한 서점이 우리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T적인'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아이는 엄마의 반대 때문에 그림을 보러 왔다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데, 정작 그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도대체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하는 엉뚱한 궁금증이 남는다. 어쩌면 이 아이는 실제로 서점을 찾아온 현실의 손님이 아니라, 어른이 된 주인공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걸어 나온 '옛날의 나', 혹은 한 편의 꿈처럼 몽환적인 상상 속 존재가 아니었을까?
시와 먹선, 그리고 그림책 속에 숨겨진 위트 있는 미학
이 책의 진가는 원작 시(詩)를 정교하게 다듬어 하나의 완성도 높은 '시 그림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 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나뉘어 있음에도, 마치 한 사람의 호흡에서 나온 것처럼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특히 이명애 작가 특유의 한국화 감성과 세련된 수채화빛 연출, 자유로운 연필 선은 차분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선물한다. 사과를 먹으며 책을 읽는 평온한 장면이나 구석구석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작가님의 전작 그림책들이 은근슬쩍 숨어있어, 시적인 정적 속에서 소소한 숨은그림찾기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열린 새집 속에서 스스로 피어나는 자유
아이가 말하는 "이 상자에는 이미 양이 있어서 새랑 같이 있기 힘들어요"라는 수줍은 거절 끝에 마침내 다다르는 순간은, 어쩌면 어른이 정답처럼 그려 제시하는 그림이 아닐 것이다. 책 속에서 새는 온전히 완성되어 결정짓지 않는다. 조그만 새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아이 스스로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비로소 무수한 모습의 새들로 자유롭게 피어날 뿐이다.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그 여백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진짜 선물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란히 놓인 시적인 문장처럼, 눈이 멀 정도로 깨끗한 흰 새는 비나 폭풍 속에서도 변명하지 않고 공중에 기대어 바람을 타올라 간다. 타성에 젖어 있던 마음을 깨우는 이 열린 결말 앞에서 가만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타인의 세계를 감히 규정짓지 않고 온전히 열어줄 수 있는 다정한 어른인가?' '내가 만약 내 안의 새집을 열어둔다면, 거기서 어떤 새가 날아오를까?'
단순한 독서를 넘어 잊고 지냈던 순수했던 옛 시절의 나를, 그리고 규정되지 않은 상상력의 자유를 가만히 묵혀 읽게 만드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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