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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흰 구름..그 사이 부는 바람
  • 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 31,350원 (5%950)
  • 2011-08-27
  • : 1,478

1. 나는 최민식 선생님이나 김기찬 선생님의 사진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특히 이 골목안 풍경에는

1989년에서 1990년 서울 중림동 골목에 살았던 나와 할머니가 들어있기에

더욱 가슴이 저려온다.

 

2. 40이 넘어 갈피가 잡히지 않고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떠나지 않았다.

모든 일에서 울적하고 의욕이란 없었기에

짚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여행을 나섰다.

 

나는 1주일에 하루 새벽 1시부터 아침 8시까지

밤새 서울 밤거리를 걸어서

대략 반년동안 300km 정도를 돌아다녔었다.

걸으면서 나 스스로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하루는 서울역을 출발해서 시청과 광화문에 갔다가

청진동 해장국을 먹고 다시 돌아서 청계천을 타고 전태일을 만나고

동대문 청량리를 거쳐 경희대 외국어대를 가기도 하고 ..

 

또하루는 서울역을 넘어 독립문 불광 연신내를 거쳐

호프집에서 한잔 들이키고 수색으로 내려왔다가

월드컵공원을 지나 강을 건너 한강을 끼고 내려와서 선유도 양화대교거쳐

 합정에서 멈추었다.

 

3. 그때 가장 자주 들른곳이 중림동 골목과 공원이었다.

어린 손주에게 밥해주신다고  함께 올라오셨선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오래된 자취집이 있었던 곳을 찾아간 것이다.

왜 할머니냐구?

할머니는 손주의 모든 것을 사랑해준 신같은 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운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15년째이다!

시간은 무상해서

칠패시장의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오래된 도마를 내놓고

고기를 다듬던 그 골목은 거대한 주상복합건물 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할머니와 걷던 골목은 사라져서 아스팔트로 덮혀버렸다.

 

아무리 돌아가려해도 다시 돌아갈수 없다는 것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절절히 깨달은 시간!

그래도 마지막 가을비를 맞으며 다시 찾아간 새벽의 골목길!

이젠 돌아갈 수 없는 20년전의 기억과의 만남이자 이별이었다!

 

4. 그런 나에게

그 시절의 나와 할머니

이웃 아주머니들과 꼬맹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스며있는 이 책은

축복이다! 그저 축복이다!

계단과 담에 스민 어둠과 빛은 그대로 구원이다!

 

나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내가 언젠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고개를 숙이고 골목을 걷고 있었을때

김기찬 선생님이 나를 스치고 지나셨을 거라는 그런 상상을...

 

자신에게 펼쳐진 세상을 거부하지 않고

담담히 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누군가 있기에

이런 행복과 위로가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리라!  

 

바라노니

이 사진집 속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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