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보기에 사하라 여행 3부작이 있다.
(1) 생떽쥐베리 [인간의 대지]
(2) 스티브 도나휴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3) 바로 이책
특이하게도 나는 인생의 고비때마다 이 책들을 읽곤 한다.
스티브 도나휴의 말처럼 사막이라는 것이 인생의 상징이라면
(4)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5) 샘에게 보내는 편지
두 책도 덧붙여야 할 것이다.
2. 참고로 말하면 생떽쥐베리의 책이 삶을 문학적으로 음미하는 편이라면
스티브 도나휴는 모든 목표와 지금까지의 방법이 무화되는 인생의 사막에서
새롭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실천적인 책이다.
스티브 도나휴는 우리는 등산을 하듯 인생을 살기에 고단하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목표가 명확한 미래의 산 꼭데기에 오르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사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내가 어디있는지 조차 모르는 순간이다.
즉 사막을 건너는 것처럼 목표나 의미, 장소라는 것이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사막은 산의 방법으로 여행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사막의 모래에 박힌 차를 출력을 높힌다면 더 깊게 빠져든다.
오히려 타이어에 바람을 빼고 표면적을 넓혀 살살 빠져나와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절망스럽고 무력한 사람들 역시
눈 앞의 고통스런 현실을 벗어나려고 관습적으로 발버둥친다면
끝없이 반복되는 절망감과 무기력에서 허우적대게 된다.
우선 과도한 자아의식에서 오는 현실에 대한 거부감과 상실감을 통찰하고 비워냄으로써
암담한 현실 이면의 희망을 찾아낼 때에 이르러서야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스티브 도나휴는 우리에게
산을 힘들게 오르는 고단한 은유에서 벗어나 사막이라는 은유를 통해
순간 순간을 느끼고 즐김으로써 절망의 심장을 가로지르라고 권하고 있다.
삶은 지도상의 한지점에 도달하는 사건이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생성과 변화라는 것이다.
3.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도 이책의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등산이라는 프레임을 밀어붙여 명확한 목표와 의지, 열정으로
온갖 난관을 헤쳐나가 사하라를 횡단했던 20대의 자신의 체험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체험을 이용해서 자신이 평생 강조해온 목표지향의 성취기술을
알기쉽게 설명해 주고있다.
따라서 생떽쥐베리와 스티브 도나휴와 더불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겁고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
사하라라는 장소에서 펼쳐지는 현자들의 삶에 대한 통찰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니 축복이랄 수 밖에...
난 사실 2012년 1월 1일과 2일 스티브 도나휴의 책을 읽으며 잠시 울었었다.
생떽쥐베리는 삶을 전체를 보게 하고
스티브 도나휴는 위로와 용기를 주며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목표와 열정을 불어 넣어준다.
그러고 보면 20대엔 생떽쥐베리가 나를 안아주고
30대엔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나를 질투케 하더니
40대엔 스티브 도나휴가 나를 위로하는 셈이다.
이렇게 사막은 언제나 마지막 남은 오아시스요 위로이다.
4. 그러고 보니 신혼여행도 고비사막과 바이칼 호수로의 배낭여행이었다.
몽골은 푸른 하늘의 나라요 별들이 빛나는 초원의 나라였다.
초원의 끝에서 만난 고비사막의 영원할 듯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을 어찌 잊으랴!
처음 보는 이방인을 가족처럼 맞아주던 몽골인들의 인심을 어찌 잊으랴!
다른 이야기를 하면
나 역시 4년 전에는 10km 달리는 것이 어색했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덧 매일 20km를 달리게 되고
풀코스를 매주 달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어
100km 200km 대회에도 참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회 거리가 4000km가 넘어갈 즈음
단지 좋아서 뛰는 것을 벗어나 무엇인가 목표가 있어야
남은 시간을 더욱 모양새 있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지금 나에게는 5개년 계획이 있다.
국내 308km 횡단이나 622km 종단과는 별도로 해외 대회 출전 계획이다.
참고로 나는 극지를 선호하지 않고
어렸을 적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대회 겸해서 방문하고 싶은 것이다.
(1) 우선 몽골 초원 마라톤...이것은 풀코스이기에 여행을 겸해 도전할 만하고
비용도 100만원 전후이다. 따라서 바로 실행가능하다.
(2) 몽블랑 산악 마라톤...이것은 80km대이니깐 평지로 200km에 해당하는 대회이나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무척 아름다운 도전이 될 것이다. 비용은 300만원 전후이고
체력적으로도 바로 실행가능하다.
(3) 사하라 사막 마라톤...이것은 200km극지 마라톤으로
특별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의 상징으로 달려보고 싶다.
(4) 그리스 스파르타스탄...불타오르는 벌판을 달리는 250km대회 마라톤으로
울트라마라토너에게는 꿈의 고향같은 곳이 아닐까?
국내 308횡단과 622종단을 마치면 스파르타스탄을 거쳐
제주200을 돌아 마침을 하는 것은 울트라 마라토너의 무지개색 꿈이다.
(5) 7000미터대의 킬리만자로 등산...몽골로 가는 신혼여행에서
잠시 만난 노신사가 자신의 평생 추억으로 킬리만자로 등산을 꼽은 후
나역시 그 분처럼 50이 되면 꼭 오르겠다고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