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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에서 생명을 만나다
  • 최한수
  • 19,000
  • 2023-03-02
  • : 122

생태학자 최한수 님이 쓰신 책 <숲에서 생명을 만나다>는 등산이라는 레저 활동 외에는 숲의 존재를 잊고 사는 현대인을 위한 숲 생태 보고서이다.

 

북한산이 지척인 덕분에 거의 매주 산에 오르는 나로서도, 산이 거기에 있으니 오르는 것일 뿐 숲에 당연히 사는 생명에 대해 자각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이따금 등산길 옆 수풀에서 들리는 부스럭 소리, 빽빽한 나뭇가지와 잎 사이를 뚫고 들리는 산새 소리 그리고 하늘을 전세 놓은 양 휘젓는 까마귀를 만나는 일. 이런 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내게 이 책은 숲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숲으로 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평화가 찾아온다.” 작가의 이 한 마디에 나는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루 9시간이 넘게 사무실에서 일하며 회색에 찌들어 있을 때 숲으로 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피톤치드가 퍼지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하루에 한 번 ‘숲’을 떠올리며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가끔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숲을 찾아 쉬는 것이 행복한 삶 아닐까?” 말하며 본인만의 행복론을 얘기한다.

 

그런데 문제는 숲에 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가고 있다는 사실도 저자는 꼬집는다. 2부 ‘상생의 숲’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근거 없는 민간요법 때문에 정력제로 소문나면서 뱀이 거의 멸종위기에 처하고, 1988년에는 쇠뜨기, 1989년에는 겨울살이, 1999년은 민들레가 수난을 당하더니 2000년에는 닭백숙 해먹는다고 산속 음나무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다 잘려나가 결국 말라 죽었다고 한다. 전 세계 사슴뿔의 95%를 한국인이 소비한다는 얘기는 정말 창피해서 말도 못 하겠다.

“사람들은 버릇처럼 식물의 소중한 생식기관을 꺾어 냄새를 맡고, 머리에 꽂고 다니는 엽기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다 시들면 던져 버린다.”-37p

‘저자는 환경오염, 중금속, 폐수, 매연만 막아낸다고 이 국토가 올바르게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연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그러니 부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지하고 싶다면 산에 갈 때 그저 빈 몸으로 갔다 빈 몸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바나나, 귤 껍질 함부로 버리지 말 것이며, 일회용 음료수 컵은 산에 갈 때 절대 가져갈 생각도 마시라.

 

책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 스스로 삶을 유지하는 자생식물이 약 4,000여 종으로 덴마크 1,500여 종, 영국 2,000여 종에 비하면 훨씬 많은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좁은 국도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식물재벌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 무려 450여 종류나 된다고 하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다.

 

책에서 특히 재미있게 본 부분은 3장 숲속 야생화다. 금강초롱, 제비꽃, 천남성, 붓꽃, 봉숭아, 복수초, 민들레, 들국화가 사진과 함께 생태학적 특징, 이름의 유래, 쓰임새 등의 정보가 소개되어 반갑다. 특히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들국화가 실은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해국과 같은 종류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3장은 차라리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내용을 보강해서 따로 출간되면 어떨까 싶었다.

 

 * 별 다섯 개 만점에서 하나를 뺀 이유는... 큰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편집이 부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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