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omewhere님의 서재
  •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 이환희.이지은
  • 16,200원 (10%↓900)
  • 2021-11-21
  • : 611

오늘같이 그 아이들 중 누군가 아픈 기색을 보이는 날,

또 꼭 오늘 같은 날이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내 삶에 깊숙이 들어온 것들을 떠나보내는 순간을 상상한다.

그때마다 ‘만나면 헤어진다’는 정해진 삶의 공식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2017.05.27.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2014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동료 직원들과 ‘지속가능한 책읽기’ 라는 독서 모임을 운영했었다.

한 달에 한 권 선택해서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던 모임이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우리 모임의 핵심 멤버들이었다. 모임에 처음 참여할 때만 해도 그저 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고, 결혼으로 이어졌다.

​

그러나 영원히 ‘지속가능’ 할 것만 같던 그들의 사랑은 환희 씨가 2020년 뇌종양으로 사망하면서 너무 빠른 이별을 맞이한다. 결혼 이후 환희 님이 우리 모임에서 탈퇴한 게 2017년 3월부터였으니, 난 그와 고작 20개월 정도를 알고 지낸 셈이다.

​

20개월의 인연으로 그의 인생에 대해 내가 뭐라 말할 수 있겠냐마는, 그의 죽음 이후 보도됐던 언론 기사들과 그를 아는 사람들의 애도 글이 SNS에 쏟아지는 걸 보며 새삼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 성 역할의 고정성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걸 정말 싫어했던 사람, 정치적 올바름을 이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사람, 나만큼이나 윤종신의 노래를 좋아한 사람, 언제나 예리한 발제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했던 탁월한 식견의 남자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반려자인 지은 님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행복한 남자.

​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는 그런 '환희' 님을 좀 더 내밀하게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지은' 님은 '환희' 님이 남긴 수많은 글을 추려서 모았고, 거기에 지은 님이 애도의 글을 남기는 형식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

내가 아는 사람들의 글이라 객관성이 모자란 평일 수 있겠으나, 책을 읽으며 이 책에 우리 사회가 가진 수많은 문제가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숨겨진 폭력에 대해서,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여성 노동의 부당함 등등, 이들 부부는 ‘결혼하면 원래 다 그래’라는 말속에 숨겨진 비수들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싸우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행동했다.

(개인적으로 환희 씨가 주장한 대로 ‘남편과 아내 각자 자기네들 집으로 보내기’ 운동은 대찬성이다!)

​

예전에 우린 독서 모임을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우리가 얘기했던 리뷰를 모아서 책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말만 하지 말고 바로 만들어야 했나 보다. 나만 쏙 빼고 환희 님, 지은 님 둘이서만 알콩달콩 예쁜 책을 만든 듯해서 샘난다. 언젠가 지은 님도 가고, 나도 가고 다른 멤버들도 다 가고 나면, 그때 저 위에서 다시 ‘지속가능한 책읽기’ 모임을 만들어 볼까 고민된다. 이름값은 해야지.


세상 모든 것이 당신을 부른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노래를 듣가가도 문득 정신을 놓고 멍하니 서서 당신을 생각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