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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 14,400원 (10%800)
  • 2020-08-12
  • : 10,723

망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당신들에게


허지웅, 4년 만의 신작 <살고 싶다는 농담>



똭! 얼마나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문구 인가. 사실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글은 어딘가 모르게 날카롭다고 생각 했다. 솔직히 이번 <살고 싶다는 농담>은 그의 글 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다. 뭔가 통찰하고 있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은 허지웅 작가가 투병 이후 삶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투병이후 모습을 보고 뭔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4년 만에 돌아온 허지웅 작가의 신작 에세이를 읽고 정말 진솔하게 다가왔다.



2018년 혈액암 중에서 악성림프종이라는 병을 앓고 돌아왔는데 그 병이 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아픈지 감도 안오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아픔 보다 아픔 이후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영화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공감되는 이야기와 정말로 허지웅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역시 영화평론가의 말빨이란 이런것인가...!



오늘도 절망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


바닥이 있어야 세상이 땅 밑으로 꺼지지 않고 천장이 있어야 세상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지 않을 테니 천장과 바닥은 언제나 고맙고 필요한 내 편 같았다. 천장이 내려앉고 바닥에 뒹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온다. 쾡한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고 누워 천장이 천천히 내려와 내 몸을 눌러오는 것을 느끼고 꼼짝없이 잠을 설치며 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잔인한지 알게 되는 날. 바닥에 뒹굴어 뺨이 닿았을 때 광대 깊숙히 울림을 느끼며 그게 얼마나 딱딱하고 차가웠던 것인지 깨닫게 되는 날이 말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27p



생각보다 글이 무섭게 파고드는 문장이다. 악성림프종에 대한 고통을 글로 표현했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 내가 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는 없이만, 이런 삶에서 나오는 증오와 원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1부에서는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았던 자신. 누구에데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멍청하게 바라본다. 독자들에게 이렇게 살지말라고 이야기함.



2부, 3부는 영화 에피소드를 예시로 들어 불행과 절망, 원망이 있지만, 더 단단하고 힘차고 희망이 가득한 묵직한 한마디 한마디를 꺼낸다.


나는 끊임없이 생각-사고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다.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 했고,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이 평범한 것은 사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thought-defying)이라고 강조했던 바로 그 생각-사고 말이다. 시키는 대로 주어진 대로 혹은 우리 편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생각하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만이 오직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밝은 눈으로 이어진다. 이 글을 단 한 명의 독자라도 그런 밝은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201p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를,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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