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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어느 틈에 다 읽어버렸다. 절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다. ‘수’와 ‘꿈틀이’가 망태에 들어가자마자 건초 더미 위로 떨어지고, 여러 동물 모양의 집에 들어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의 ‘수’가 되어.

나도 ‘수’처럼 꿈틀이 닮은 젤리를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다. 모양새가 영 내키지 않아,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맛있다고 잘 먹으면 내심 신기했다. 이 책의 주인공 ‘수’가 겉으로 보기엔 나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런데 점점, 말하는 게 예사롭지 않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수’
‘배터지게 먹어 식당’에서도 친구들과 장난하며 마음껏 먹기보다 깨끗한 식탁을 그리워한다. ‘정말 막 돼먹은 아이들이다.’ 수가 잘하는 말이다. 실컷 먹고 돼지 창자를 지나 나오면 따뜻한 물이 아이들을 깨끗이 씻어주는데 수에게는 모는 것이 못마땅하다. 나는 한번 가보고 싶은데.^^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 건 막 돼먹은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야.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뒤로 넘어지기라도 해 봐.’

조금이라도 안전하지 않은 부분이 보이면 걱정부터 앞서는 내 모습이 수 안에 들어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수의 엄마가 되풀이해서 수의 마음에 각인시켜준 것이다. 수는 엄마가 말한 대로 상황을 바라보고 추리한다. 그리고 항상 주장에 그럴듯한 이유를 달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다짐해댄다.


  실감나는 표현

‘꿈틀이 젤리를 꺼낼 때 쿵! 쾅! 쿵! 쾅! 가슴 위로 코끼리가 달리는 것 같다. 먹는 거 아니에요. 입 속으로 버리는 거예요.’

 

‘망태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집어삼켜 버렸다. 냄새나는 내 신발까지 몽땅!’

‘어디를 가나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가 되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린다. 귀를 막아도 들린다.’

 

엽기 젤리를 보며 놀라는 선생님에게 한 마디씩 하는 아이들의 그림과 말풍선이 초등학교 교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근데요 진짜 벌레 아니거든요.’ ‘정말 시어요.’ ‘맛있어요.’


  궁금한 점 두 개 

망태 동산을 탈출한 수는 달음박질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 아이들은 왜 거기에 있었던 걸까? 아이들이 우물에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책 속에서 친절한 설명이나 암시를 찾을 수 없어 장면을  확대해 추리해본다. 수처럼 몰래 들어와 망태 동산에서 탈출한 아이들이라고. 그 아이들은 서로에게 호감이나 동료의식이 없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들처럼 서로를 짓밟으며 두레박을 타고 먼저 올라가려고 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꿈틀이를 보며 ‘덩치는 큰데 뇌는 개미 발바닥에 난 티눈보다 작다니까!’라고 수가 말하자 망태 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데 다음 순간 ‘거 좋다!’라고 말한다. 우물 감옥에서 돌아온 수를 밤새 간호해주는 모습, 식당에 가보라고 죽 그릇 심부름을 일부러 시키는 모습과 또 다르다. 망태 할아버지의 내면이 선명하게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쉽다. 


  병풍 뒤로 마음을 꽁꽁 숨겨 넣은 오즈의 마법사 같은 아이들을 위하여

함부로 아이들을 단정 짓지 말자! 오즈의 마법사는 에메랄드 시 사람들을 일부러 속이려고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두려워서 진실을 밝히려고도 하지 않았다.

수가 진실을 스스로 깨닫고 말하도록 해준 망태 동산. 혹 조금이라도, 아이가 엄마를 새장에 몰아넣는 괴물처럼 느낀다면 그렇게 만든 건 무엇일까? 수는 어른들의 ‘잔소리’라고 외친다. 실제로 엄마가 괴물 혹은 마녀라고 생각하는 아이를 봤다. 망태 동산에 갔다 온다면, 마음이 한결 후련해질 듯하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늘어지게 자 코알라 침실’ ‘배터지게 먹어 식당’ ‘맘껏 놀아 학교’ 같은 분위기를 집에서 경험하게 해주면, 어른도 덩달아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쁨을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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