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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도 아닌 것이 식물도 아닌 것이, 이런 굉장한 일을!

   한 손에 가뿐히 들리는 그리 두껍지 않은 양장본의 책(나는야 미생물 요리사-세계 발효 음식 이야기 벼릿줄 글 이량덕 그림 창비)을 처음 봤을 때,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큼지막한 그림이 많겠군. 그런데 웬 걸? 책장을 펼치자 3~4학년은 돼야 읽음직한 다소 빼곡한 글이 담겨 있었다.

   차례를 보니 말랑말랑 빵빵, 미끌매끌 송송 등 재미난 소제목을 가진 다섯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말 맛 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빵과 치즈, 요구르트, 포도주, 낫토였다. 첫 장을 펼치니 동물도 아닌 식물도 아닌, 바로 미생물이 말을 걸어온다.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아주 작은 효모와 균, 곰팡이들이 해내는 엄청나게 큰일을 아주 가볍고 쉽게 들려준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해주듯.

   홍수가 나길 기다리는 이집트 사람들과 빵, 갓난아기의 장에 사는 유산균,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나는 치즈, 사람들이 발로 으깨는 포도와 폭발하는 포도주, 끓이지 않고 먹는 낫토 이야기 등.  

   표지에 나타난 ‘나는야 미생물 요리사’ 글씨체처럼 본문의 활자도 가끔은 자유로운 활자였다면, 미생물이 건네는 친근한 말투가 더 생생하게 전달되었을 것 같다.

   경쾌하게 잘 읽히는 글과는 달리 그림은 대체로 어둡고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요구르트를 전해주는 천사 등 몇 얼굴만 표정이 밝다. 미생물이 행한 기적과 같은 음식의 변신, 그 부드럽고 향기로운 음식을 맛보는 표정을 보여줬다면 주제를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림의 배경을 단순화하고 간결한 선으로 표현했다면, 글과 더욱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발효가 되자, 악령의 짓이나 불량품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의 표정을 살렸기 때문일까?

  <나는야 미생물 요리사> 과학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호기심을 갖게 해주는 책. 그래서 어린이 스스로가 과학이 만만해지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친절하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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