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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은 벗어나기 힘들다. 또 그것은 상당부분 사실이다.
오늘날과 다른 어법,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편향된 사고방식, 시대적인 거리, 그런 것들이 자신의 삶과 관심사로부터 멀어져 있다 보니 단 몇 줄에 하품을 내기 적당하다.

이번에 읽은 “책문”은 어떨까? “책문” 역시 주어진 텍스트만으로는 그런 범주를 많이 벋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책문”을 집어 든 이후 단 시간에 그것을 다 읽도록 만든 힘은 이전 고전과는 다른 무엇이 “책문” 속에 숨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책문”은 읽도록 만드는 힘 그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표피적인 아래와 같은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 책의 인상을 전해보려고 한다.

의도성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 책의 편역자가 책을 엮은 의도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이전 고전들과 다른 점은 편역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맞는 책문 13개를 적절하게 뽑아 배치해 놓음으로서 전혀 다른 형태의 책을 만든 점이다. 책을 잘 읽어보면, 시대 순으로 엮은 것도 아니고, 주제별로 엮지도 않았다. 독자의 구미가 당길 이야기들로, 적절한 구성을 하여 이야기를 엮었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루거나 편벽한 스토리에 쉽게 질리기보다는 좀 더 흥미를 갖고 텍스트를 대하게 된다. 또한 이런 흥미는 편역자가 의도한 바데로 고전의 텍스트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의 자신의 시대와 자신의 관심사에 직접 와 닫는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든다. “책문”과 “대책” 후에 나오는 “책문 속으로”는 이러한 의도가 나오는 절정의 부분이다. 사실 이 부분은 양면의 칼과 같다. 전반에 나오는 인물과 역사적 배경은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도움이 되지만 편역자가 앞선 글을 놓고 오늘날의 시대를 논하는 부분은 자칫 지루하다. 과불급(過不及)이라고 할까?

적절한 공간
고전뿐만 아니라 모든 책을 읽다보면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언제나 몰입의 경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복귀하여 그 흐름 속에 합류되기를 바라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책문의 내부 편집은 그 의도가 누구의 손에서 나왔던 건에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선정한 13편의 책문 자체가 자연스럽게 경계를 나누어 주었을 뿐 아니라 “책문”, “대책”, “책문 속으로”의 반복적인 단락은 책을 읽으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 주었음으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칭찬할 것은 본문의 중간에 나오는 중간 제목이다. 분명 원전에는 없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긴 본문을 적절하게 중간 제목으로 잘라 준 시도는 분명 책을 읽으면서 흐름을 끊지 않고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텍스트를 읽는 집중력을 높여 주었다.

편집
보통 책을 읽기 전에 본인은 책의 전체 장정과 편집 형태를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책을 읽기 위한 일종의 탐색이랄까. 이 책은 책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긴 본문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극히 일반적인 구성이면서도 적절한 구성이다. 책문과 대책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한 전반부의 간단한 소개는 책을 읽기 전의 의욕과 책을 읽기 위한 욕심을 북돋아 주기 충분했다. 후반부의 부록 역시 표피적이기는 하지만 컬러로 보는 고전에 대한 정보는 책을 손에 들게 하기 좋은 시도였다. 다만 글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석을 부록 앞에 실었는데, 본문을 읽으면서 참고하기가 힘들었다. 어찌 보면 딱딱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고전을 편역한 것이라 주석을 페이지마다 남발하여 학술서적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한 의도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또한 역주 외에도 출전주 역시 좀 더 해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하나는 양장본이라 들고 다니며 책을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시대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고전이란 주제는 쉽게 계획되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주제 같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책문”은 오래간만에 흥겹게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다. 비록 중국의 고전과 주자학에 매달리는 조선의 사대부들의 편벽한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씁쓸하지만 고전을 통해 시대를 다시 한 번 통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책을 내 준 편역자와 출판사에 깊이 감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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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하기 고전을 읽는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은 벗어나기 힘들다. 또 그것은 상당부분 사실이다.오늘날과 다른 어법,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편향된 사고방식, 시대적인 거리, 그런 것들이 자신의 삶과 관심사로부터 멀어져 있다 보니 단 몇 줄에 하품을 내기 적당하다. 이번에 읽은 “책문”은 어떨까? “책문” 역시 주어진 텍스트만으로는 그런 범주를 많이 벋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책문”을 집어 든 이후 단 시간에 그것을 다 읽도록 만든 힘은 이전 고전과는 다른 무엇이 “책문” 속에 숨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책문”은 읽도록 만드는 힘 그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표피적인 아래와 같은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 책의 인상을 전해보려고 한다. 의도성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 책의 편역자가 책을 엮은 의도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이전 고전들과 다른 점은 편역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맞는 책문 13개를 적절하게 뽑아 배치해 놓음으로서 전혀 다른 형태의 책을 만든 점이다. 책을 잘 읽어보면, 시대 순으로 엮은 것도 아니고, 주제별로 엮지도 않았다. 독자의 구미가 당길 이야기들로, 적절한 구성을 하여 이야기를 엮었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루거나 편벽한 스토리에 쉽게 질리기보다는 좀 더 흥미를 갖고 텍스트를 대하게 된다. 또한 이런 흥미는 편역자가 의도한 바데로 고전의 텍스트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의 자신의 시대와 자신의 관심사에 직접 와 닫는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든다. “책문”과 “대책” 후에 나오는 “책문 속으로”는 이러한 의도가 나오는 절정의 부분이다. 사실 이 부분은 양면의 칼과 같다. 전반에 나오는 인물과 역사적 배경은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도움이 되지만 편역자가 앞선 글을 놓고 오늘날의 시대를 논하는 부분은 자칫 지루하다. 과불급(過不及)이라고 할까? 적절한 공간고전뿐만 아니라 모든 책을 읽다보면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언제나 몰입의 경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복귀하여 그 흐름 속에 합류되기를 바라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책문의 내부 편집은 그 의도가 누구의 손에서 나왔던 건에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선정한 13편의 책문 자체가 자연스럽게 경계를 나누어 주었을 뿐 아니라 “책문”, “대책”, “책문 속으로”의 반복적인 단락은 책을 읽으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 주었음으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칭찬할 것은 본문의 중간에 나오는 중간 제목이다. 분명 원전에는 없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긴 본문을 적절하게 중간 제목으로 잘라 준 시도는 분명 책을 읽으면서 흐름을 끊지 않고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텍스트를 읽는 집중력을 높여 주었다. 편집보통 책을 읽기 전에 본인은 책의 전체 장정과 편집 형태를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책을 읽기 위한 일종의 탐색이랄까. 이 책은 책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긴 본문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극히 일반적인 구성이면서도 적절한 구성이다. 책문과 대책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한 전반부의 간단한 소개는 책을 읽기 전의 의욕과 책을 읽기 위한 욕심을 북돋아 주기 충분했다. 후반부의 부록 역시 표피적이기는 하지만 컬러로 보는 고전에 대한 정보는 책을 손에 들게 하기 좋은 시도였다. 다만 글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석을 부록 앞에 실었는데, 본문을 읽으면서 참고하기가 힘들었다. 어찌 보면 딱딱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고전을 편역한 것이라 주석을 페이지마다 남발하여 학술서적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한 의도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또한 역주 외에도 출전주 역시 좀 더 해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하나는 양장본이라 들고 다니며 책을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시대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고전이란 주제는 쉽게 계획되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주제 같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책문”은 오래간만에 흥겹게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다. 비록 중국의 고전과 주자학에 매달리는 조선의 사대부들의 편벽한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씁쓸하지만 고전을 통해 시대를 다시 한 번 통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책을 내 준 편역자와 출판사에 깊이 감사하는 바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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