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성욱 작가의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말 그대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술’에 대한 친절하고 체계적인 안내서다.
작가의 전작 《위스키 안내서》가 특정 주종(위스키)에 깊이 있게 몰입해 탐구하는 ‘전문서’에 가까웠다면, 이번 신작은 세계 각지의 술 문화를 개괄하고 비교하며 독자에게 넓고도 흥미로운 술의 지형도를 펼쳐 보이는 ‘교양서’에 가깝다.
두 책 모두 술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담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정보의 스펙트럼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위스키 안내서》는 위스키 입문자에게는 단연 훌륭한 첫 책이었다. 위스키의 역사, 제조 방식, 생산지, 브랜드, 테이스팅 노트 등 실용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가 한 권에 응축되어 있었다.
김성욱 작가는 방대한 자료조사와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위스키에 입문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밀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작가 특유의 차분한 문체와 주관적 평가를 자제한 정보 위주의 구성은, 독자가 스스로의 취향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장치로 기능했다.
반면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범위가 훨씬 넓다. 위스키뿐 아니라 와인, 맥주, 사케, 전통주, 리큐르, 보드카, 데킬라, 럼 등 술이라는 세계의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단순히 다양한 주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술이 태어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식생활, 기후 등의 맥락까지 녹여내어 술이라는 대상이 단순히 ‘음료’가 아닌 ‘문화적 상징’임을 일깨워 준다. 이런 점에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술을 매개로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독자에게 최적화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키 다음으로 사케를 좋아하는 내게, 그리고 와인과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살짝 관심이 있는 소위 술린이들에게 정말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정말 최고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
단순한 술백과사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담고 있는 내용이 아주 심오하다. 아, 그렇다고 읽기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한마디로 '술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다. 예를 들어 동유럽에서의 증류주 소비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전쟁과 냉전의 역사, 자급자족 문화와 맞닿아 있음을 설명할 때, 술이 단지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는 《위스키 안내서》에서 다소 부족했던 문화사적 시선을 보완한 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도표와 일러스트, 지도를 활용한 시각적 구성도 전작보다 한층 강화되었다. 주종 간 비교 표, 생산지 지도, 원료 및 제조과정 일람표 등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전통주 챕터에서 한국의 술이 세계 술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 부분은, 한국 독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지점이다.
다만, 정보량이 방대하다 보니 각 술에 대한 깊이는 다소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위스키 안내서》에서는 한 술에 대한 세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브랜드별 특성이 일일이 언급되었지만, 《세상 모든 술 안내서》에서는 각 술에 대한 요점 정리식의 접근이 주를 이룬다.
이는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특정 술에 집중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술의 세계에 첫발을 디디고 싶은 독자라면, 이보다 나은 입문서는 없을 것이다.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친구도 공감한 부분인데 작가의 서술 방식도 눈에 띄게 유연해졌다. 전작에서는 비교적 학구적이고 객관적인 태도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이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실제로 작가가 방문한 양조장 이야기, 지역 술에 얽힌 일화 등이 등장하면서, 마치 현지에서 술을 곁들여 이야기 나누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정보성과 서사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구성이, 이번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김성욱 작가의 필력과 연구력, 그리고 술에 대한 애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성취라 할 수 있다.
《위스키 안내서》가 ‘깊이’ 있는 한 방이었다면,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넓이’에서 오는 감탄을 자아내는 책이다. 두 책은 성격이 다르지만 서로 보완적이며, 함께 읽을 때 술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해진다. 술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두 권의 책을 책장에 나란히 꽂아 두고 즐겨 펼쳐보게 될 것이다. 각자의 술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김성욱 작가의 안내는 언제나 친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