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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소년님의 서재
마법 같은 언
순수미소년  2025/03/30 15:53
  • 마법 같은 언어
  • 고은지
  • 15,750원 (10%870)
  • 2025-03-10
  • : 443

중학교 시절, 유안진 선생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읽고, '우리도 나중에 나이 4~50을 먹고도 옷차림 신경쓰지 않고도 편하게 연락하고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던 친구 석준이는 여전히 42년 째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을 읽고, 나중 나중에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이름을 가연이라고 지을 거야 라고 했던 나의 다짐은 20년 뒤, 나는 가연아빠로 불리고 있다.

대학교에 와서는 전혜린 작가의 수필집에 빠져 살면서 신춘문예에 응모한답시고 어줍잖은 글 끄적이고, 괜히 눈에 띄게 잔디밭에 앉아 그래도 책을 읽기는 했었던, 그런 치기어린 시절도 있었다.

도서 MD 시절에는 장영희 선생님의 작품에 빠져 그 당시 샘터 출판사 손 팀장님께 부탁해 어렵게 자리만들어 인사드리고 사인까지 부탁해서 받기도 했고, 박완서 선생님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에세이집이 출간되었을 때에는 '선생님, 혼자 영화보자 마시고 저희 같이 영화봐요' 라고 떼를 쓴 끝에 강남역 극장을 빌려 팬들과 함께 영화시사회를 함께했던 기억도 새롭다.

나는 나름 글을 좀 쓰는 편이다. 하지만 남을 설득하는 보고서 스타일에 최적화 되어 있어 그래도 조금 알만한 일간지 몇 군데에 1년 넘게 고정 칼럼도 써보고, 방송 패널로도 출연을 하긴 했었던, 딱 거기까지였다. 그렇기에 일상의 소소함을 이렇게 가만히 미소짓게 만드는 글들, 때로는 먹먹하게 가 저미게 쓰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음, 타짜의 그 명대사 다들 아시려나.

" XX, 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언어순화합시다. 네, 긴장됩니다."

그만큼 내가 '드디어 찾았다' 라는, 감히 유안진, 피천득, 전혜린, 장영희 선생님을 언급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과 감정에 불과하다는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프롤로그 <번역에 관하여>를 읽다가 책 날개의 작가 소개와 함께 네이버 검색을 했다.

첫 장 <복수>의 첫 문장, 현재는 과거의 복수다를 읽자마자, 자세를 고쳐 잡았다.

세 꼭지를 지나면서 "뭐야, 이 친구..." 라고 내 육성에 잠시 흠칫했다.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나에게 유안진, 피천득 선생님들의 글들이 고은지 작가에게는 어머니의 편지였으리라.

에세이집의 감동을 독후하고 전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민진님의 <파친코>를 읽거나 아니, 보신 분이라면 좀 더 이 작품의 마법같은 언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유려한 번역이 이 작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번역가가 내가 좋아하는 정혜윤 님이다. 허허.

맞다,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를 번역한 바로 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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