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돌림당하는 아이와 둘만의 비밀을 공유한다면 어떨까? 그 관계의 끝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소설 <전학생>은 이 매력적이면서 서늘한 질문을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파고든다. 소녀들의 세계 속에서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페이지마다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이야기는 평범한 소녀 ‘서아현’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교실의 정적을 깨고 등장한 전학생 ‘이하도’는 고양이 닮은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졌다.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하도는 반 아이들에게 쉬이 곁을 내주지 않는다. 하도는 반의 권력자인 ‘강혜정’의 호의를 단칼에 거절하고, 그 순간부터 투명 인간 같은 존재가 되어 외딴섬처럼 반에서 고립된다.
아현은 하도를 향한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짝사랑하는 소년의 시선이 하도에게 향하는 것을 목격하고 느끼는 질투와 침묵으로 집단 따돌림에 동조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를 동시에 느낀다. 이렇게 그저 방관자로 머물던 아현의 세계는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통해 하도와 엮이며 균열을 맞이한다. 학교라는 공간 밖에서 마주한 하도의 모습은 아현의 예상과 정반대이다. 얼음장 같던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다정한 얼굴과 오직 아현에게만 허락된 하도의 세계는 아현의 마음을 속절없이 무너뜨린다. 아현은 아무도 모르는 ‘진짜 하도’를 알아가는 기쁨과 함께 이 비밀스러운 관계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끝없는 줄다리기를 한다.

소설은 아현의 시선으로 시작해 하도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을 좇다가, 돌연 다른 화자인 ‘강혜정’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이야기의 결을 순식간에 뒤바꾼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 안에서 투명 인간처럼 살아온 혜정에게 가만히 있어도 모두의 시선을 받는 하도라는 존재는 자신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혜정은 그런 거울을 깨트리고 자신의 발밑에 두고 싶어 한다. 혜정의 내면에 도사린 결핍과 상처를 통해, 혜정이 왜 그토록 하도를 증오하고 파괴하려 하는지를 촘촘한 서사로 보여준다.
아현은 혜정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하도의 가장 큰 비밀인 전학 오기 전 학교의 이름을 폭로하고 만다. 그리고 그 비밀은 ‘장애가 있는 학생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라는 소문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소문을 진실일까? 하도가 그토록 숨기려고 했던 과거는 무엇이며, 아현은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전학생>은 한 사람을 구원하고 또 파멸시킬 수 있는 비밀의 무게와 선의와 악의가 기묘하게 뒤섞인 소녀들의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관계의 민낯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때문에 특히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하는 초등 중고학년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강렬한 흡입력을 지닌 청소년 소설을 만나 무척 기쁘다. 다음 장을 넘기기 전까지, 나는 이 이야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본 서평은 출판사의 사전 서평단 활동을 통해 도서의 일부(가제본)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