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SF 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SF 소설을 읽을 때마다, 활자 너머의 우주가 궁금해지곤 했다. 책에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황량한 행성의 모래바람, 우주를 가로지르는 워프 항법, 외계 지성이 보냈을지 모를 의미 모를 신호들과 거기서 파생된 이야기들이 가득히 담겨 있다. 그 모든 이야기에 매료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래서 진짜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저 이야기들은 어디까지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상상일까? 이런 장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장면일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항상 천문학을 공부해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좀처럼 시간과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서평단이라는 좋은 기회로 캐럴린 콜린스 피터슨의 『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을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바로 ‘그 SF 소설의 장면이 현실 가능한 장면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대답을 얻게 되었다. 읽으면서 잘 짜인 우주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겨 놓은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딱딱하지 않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읽은 첫 번째 천문학 책이 되었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히 천문학에 관한 내용을 딱딱한 사전처럼 나열하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우주를 여행하는 여정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읽은 내내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우리가 사는 태양계에서 시작해서 인류의 오랜 로망이자 SF의 단골 무대 중 하나인 수많은 행성을 거친다. 천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과연 혼자인가?’라는 인류의 궁극적인 질문에 관한 이야기도 던진다. 개인적으로 바다 밑에도 인류와 같은 생물이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우주에도 분명 인류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 생각에 대답하는 것 같아 즐겁게 읽었다. 그렇게 흥미진진한 자세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이끌려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또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천문학이라는 낯설지만, 거대한 세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책의 첫머리를 여는 ‘천문학을 읽기 위한 첫 지도’라는 파트가 기억에 좋게 남았다. 광년(light-year), 파섹(parsec), 천문 단위(AU)처럼 우주의 광대함을 측정하는 낯선 단위들을 차근차근히 설명한다. 우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와 ‘도구’를 나의 손에 쥐여주는 것처럼 느껴져 좋았고, 인상 깊었다. 덕분에 나는 수동적인 관람객이 아니라, 저자와 함께 우주를 여행할 수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낯선 개념이다 보니 조금 어려웠던 측면은 있다. 그래도 여러 번 다시 읽으면 되니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과학적 사실에 따뜻한 인문학적 온기를 합했다는 점이다. 저자의 그런 온기가 느껴져 책을 더욱 편안히 읽을 수 있게 했다. 특히 ‘한 걸음 더’라는 파트에서 그런 감상이 들었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준다는 지점에서 책을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어 구성이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책의 파트 중에서는 우주의 기원과 별의 소멸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이야기하는 파트가 있다. 이 내용에서는 영겁의 시간 속에 놓인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환기하게 만든다. 그중 책에서 우주와 나의 연결고리에서 찾아내는 구절이 바로 ‘들어가며’에 인용된 막스 에르만의 시라고 생각한다.
너는 수많은 나무와 별들처럼
이 우주에 마땅히 속한 존재란다.
너는 이 우주에서 온 아이란다.
You are a child of the universe,
no less than the trees and the stars;
you have a right to be here. (p. 15)
이 부분을 통해 우주와 인간은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책을 읽으며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이 더 이상 진부한 수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한때는 저 멀리서 빛나는 별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 구절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따로 필사를 할 정도로 말이다. (유명한 말이라던데 나는 몰랐다) 그동안 천문학을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 학문으로만 접근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더 어렵게 느껴졌나 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나의 존재를 우주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될 수 있었다.
인류가 화성에 계속해서 탐사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p. 76)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 있다. 바로 다른 책들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수많은 SF 소설 속 화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소설가들이 상상했던 생명체의 흔적들을 현실의 과학자들이 ‘퍼서비어런스’와 같은 탐사선들을 보내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나에게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즐거운 경험하게 했다.
『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은 우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삶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동시에 채워주는 특별한 책이다. 천문학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던 ‘천린이(천문학+어린이)’부터 나처럼 SF 소설의 과학적 배경이 궁금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색다른 관점에서 위로를 얻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끝으로 이 책은 나에게 우주를, 그 안에 우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했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바라보지 않은 지도 정말 오래된 것 같다. 끝 선이 흐릿한 달을 보면서 책에 나왔던 인류의 오랜 질문과 탐험의 역사 그리고 나 자신을 이루는 원자들의 아득한 고향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과 이 책을 읽고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어제의 하늘과는 다르지 않겠지만, 나의 시선이 달라졌으니 분명 새로운 것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