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한주입니다."
사람들은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발표문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추는 그들의 표정에서 당황과 호기심, 그리고 경계심 모두를 읽을 수 있었다. 추는 사람들의 반응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누구든 폐쇄성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는 이런 자리에서 아무런 변명 없이 자신의 이름만을 밝히는 저 사람은 그 자체로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럼 선생님 소속이 어떻게…..…?"
이쯤에서는 추도 확실히 질린다고 생각했다. 추가 다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냥 질문으로 넘어가죠. 추의 말에 사회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였다.
"저는 한주입니다. 소속은, 소속은 없어요."
모두들 소리 없이 웅성거렸다. 추는 손을 내리고 질문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이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 다시 한번 말했다.
"저는 그저 한주입니다."
그 순간 추는 한주라는 이름의 그녀가 단상 위에 올라서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