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선량한 차별주의자
곽멍 2020/07/3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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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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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7-17
- : 43,613
이전에 블로그에 노키즈존을 경험한 일을 적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노키즈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게 주인의 자유인가? 그렇다면 가게 주인이 노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자유인가? 동남아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흑인은?
저자의 경험을 빌려와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 선택을 잘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흔히들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한다. 결정장애라는 말은 차별일까?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실제로 이 말을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사용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한 참석자가 다가와 물었다.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쓰셨죠?‘ 이 책은 그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저자는 그 자리에서 사과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왜 문제인가‘라고 생각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차별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
저자는 사람들이 차별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본인이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성애가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취향일뿐, 성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예멘 난민은 반대하지만 인종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차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차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라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내가 가진 특권과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발견하고 발견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것도 좋다. 일상에서 ‘병신‘, ‘결정장애‘ 등 차별을 내포하는 말 사용하지 않기, 차별이 포함된 농담에 웃지 않기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조심하는 것, 차별을 저지하지는 못해도 웃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는 것,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소수자를 지칭하는 언어에 대해 곱씹어보기, 역차별을 운운하기 전에 지금 이 운동장이 기울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생각하기로 나아갈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수자가 직접 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차별이라고 생각지 않은 것들이 어떻게 차별인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했지만, 결국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변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작은 실천을 해나간다면 김초엽의 소설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마을은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 배우자. 알아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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