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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호크니 리커버 에디...
-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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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6-24
- : 61,720
과학소설이라니. 게다가 저자의 약력도 독특하다. 포스텍 생화학 석사학위를 가진 작가라니. 호기심이 발동해 읽었다. 단편 일곱 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장르 덕분인지 심심할 새 없이 술술 읽힌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다가 어린 시절 읽었던 냉동인간과 관련된 책을 떠올렸다.(검색해보니 2003년도에 대한과학진흥회에서 쓴 <냉동인간의 비밀>이다.) 어떻게 ‘냉동인간‘을 소재로 이렇게 애틋한 내용을 쓸 수 있지?
냉동인간뿐만 아니다. 신선한 소재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 지구인과는 다른 시간 개념을 살아가는 외계인,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감정의 물성, 망자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도서관, 우주여행을 위한 개조 인간, 단숨에 공간이동이 가능한 웜홀까지. 이런 소재들 덕분에 신비감과 더불어 또다른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이런 신비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소설의 이야기는 모두 현실 사회의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흉측한 얼굴이 있는 사람, 40년 동안 우주미아가 되었다가 구조된, 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할머니와 같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뿐인가. 여성 우주 비행사를 향해 겨누어지는 따가운 의심의 시선은 현실과 너무도 닮았고, 도시개발(소설에서는 우주개발, 엄밀히는 웜홀의 발견)로 인해 소외된 슬렌포니아의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개발만능주의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너무 암울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나름대로 ‘이상‘이라 할 법한 모습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순례자들의 마을이나 류드밀라의 행성, 또는 두 쌍의 비혼모와 딸로 이루어진 가족과 같은 모습들. 이들 덕분에 소설이 참 따뜻해진다. 이 소설들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참 맑은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신선한 소재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그 문제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작가의 손길이 어우러진 좋은 작품들이다.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아울러 낼 수 있을까? 장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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