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쌩뚱맞긴 하지만,
내 성이 구씨라서 어려서 별명이 '구렁이'였던 초딩시절과 겹치는 탓에
그리 낯설지만은 구렁이 이야기였다.
아울러, 우리 아가 또한 뱀띠가 아니던가!
아, 이 끼워맞추기 놀이의 희열감이란!
군생각을 해가며 첫 장을 열고는,
늘 그랬듯이 맛보기로 서너장만 읽고 내일 마저 읽어야지~ 하는 맘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끝까지 다 읽고야 말았다.
일단 소재 자체가 참 흥미로웠다.
아니, 이 작가는 대체 어떤 상상력을 지녔길래 이리도 참신하게 글을 쓸 수가 있단 말이더냐.
구렁이 스스아줌마와 3초딩의 불쾌한 동거(?)가 우정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흐뭇했고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가며 곳곳에 재미난 대사를 설정해둔 점도 눈에 쏙 들어왔다.
난데없이 구렁이 족보를 써달라며 자리를 잡은 스스 아줌마.
그리고 족보를 써야하는데 부모를 모르고 그 부모의 부모도 모른다는 스스 아줌마.
어찌보면 재미나긴 하지만, 동물의 세계란 이렇듯 부모를 모르는 채로 이루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짠해졌다.
내가 새끼를 품어 키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구렁이의 외로움(?)이 느껴졌달까.
스스아줌마를 경계하는 마음에서 나중엔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던 열살 소년의 따스함 또한 잘 그려져서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간만에 잡아든 재미난 구렁이 족보 덕분에,
지난 주에는 도서관에 가서 모처럼 어린이 책만 잔뜩 빌려오게 하는 효과까지^^
아, 한가지 딴지를 좀 걸자면-
제목은 '구렁이 족보'이지만 정말 '족보'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설명이 아쉬운 부분이다.
열살 소년의 의식으로 대충 '족보'라고 이해하기로 결심했다는 부분이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족보'의 정확한 뜻을 전달하는 주석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