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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 8,100원 (10%450)
  • 2010-12-08
  • : 36,646

주식 직접 투자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주식 투자 관련 기본 용어 중에 저평가, 고평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평가는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낮음을 이르는 말이고, 고평가란 반대로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비싼 경우를 말합니다.

 

문학에도 이런 개념을 대입해 보자면 개인적으로 대표적인 고평가 작가가 미국에는 스콧 피츠제럴드, 일본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냥 흔한 상업 작가일 뿐인데, 이상하게 언론도 우호적이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입니다.

 

만약 피츠제럴드가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됩니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흔히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스콧 피츠제럴드를 꼽는데, 세 작가 책을 모두 읽어본 독자로서 냉정히 평가해 보자면, 여러 가지 면에서 피츠제럴드는 무게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소문과 달리 별 감흥이 없어, 단편집도 사서 한 번 읽어 봤는데, 읽다가 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모두 보았는데,

 

소설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작품은 해설자인 데이지의 먼 사촌 오빠이자 증권맨인 닉의 회상에 의해 진행됩니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데이지는 가난한 장교였던 개츠비를 떠나 갑부이자 난봉꾼인 톰과 결혼합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잘 먹고 잘 살아라!”하고, 여자를 잊고 그냥 포기하고 말텐데, 개츠비는 보통 인물이 아니어선지 부자가 되기 위해, 당시 금주로 황금알을 낳던 사업이었던 밀주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합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런 다음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곳에 저택을 구입하고,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옆집에 살아 친해진 닉은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을 주선하고, 개츠비와 데이지는 다시 사랑에 빠집니다. 애정 없는 결혼을 한 데이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리 없다는 건 뻔한 일이니까요.

 

한편 데이지의 남편인 톰은 데이지와 개츠비의 만남을 알아채고, 자신은 유부녀인 머틀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도 화를 내며 데이지에게 개츠비의 부의 출처와 학력 등을 폭로합니다.

 

데이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하며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다 머틀을 치어 즉사하게 만듭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낸 사고를 자신이 했다고 뒤집어 쓰지만, 데이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톰의 품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톰은 머틀의 남편인 윌슨에게 고의로 거짓 정보를 흘려, 윌슨은 개츠비를 살해하고 자살합니다.

 

전 소설 제목인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한’이란 의미가 반어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한창 무르익던 1920년대 미국 사회라지만 불법인 밀주 사업으로 부자가 된 개츠비의 행위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기만 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잘못 이해한 천박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츠비가 인생을 바친 데이지란 여자가 알고 보면 여인이 상류층에 예쁘기만 할뿐 실제로는 아무런 자기 주관이나 가치관, 지조가 없는 여자입니다. 허울뿐인 이런 여자를 위해 인생을 바치고, 자기 목숨까지 버린 개츠비란 남자는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입니까?

 

그래서 저는 제목 자체가 우매한 개츠비를 꾸짖기 위해 위대하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페르미노 다사란 한 여자를 둔 두 남자의 사랑이지만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는 너무 비교되는 인물 설정입니다.

 

 

<책속 구절>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남자 사이에서 지능이나 인종의 차이는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차이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녀는 내가 가난했던 탓에 기다리다 지쳐서 당신과 결혼한 것뿐이요. 그건 아주 큰 실수였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거요.

 

그녀는 절망적으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저 사람을 한 번쯤은 사랑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도 사랑했어요.

 

개츠비는 부가 가둬 보호해 주는 젊음과 신비, 그 많은 옷이 풍기는 신선함,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데이지가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빛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데이지는 어려고, 그녀의 인위적인 세계는 난초 향과 쾌활하고 명랑한 속물근성 냄새로 가득했으며, 삶의 비애와 암시를 새로운 곡조에 담아 그해의 리듬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생각나게 했다.

 

톰과 개츠비, 데이지와 조던과 나는 모두 서부 출신이었고, 어쩌면 우리는 왠지 동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어떤 결함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주의한 운전자는 또 다른 부주의한 운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안전하다고 당신이 그랬지요? 그래요, 아는 또 다른 서툰 운전자를 만났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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