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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 파리의 노트르담 1
  • 빅토르 위고
  • 12,600원 (10%700)
  • 2005-02-23
  • : 2,849

「파리의 노트르담」은 몰라도 어린 시절「노틀담의 꼽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제목은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한 사람만 언급하고 있어, 오해를 살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위고의 대표적인 소설 「레 미제라블」을 주인공인 「장발장」으로 표기하는 것 역시 무지의 소산인 것과 똑같은 경우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시인, 화가이기도 했고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한 정치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괴테처럼 83살 까지 살면서 아주 장수했는데, 정력적인 창작자로서, 철두철미한 공화주의자로서 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가 1885년 83살로 죽었을 때 그의 유해는 밤새도록 횃불에 둘러싸여서 개선문에 안치되었으며, 이튿날 파리의 온 시민이 판테온까지 관의 뒤를 따랐다고 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밀란 쿤데라는 그의 산문집 「커튼」에서 위고가 여전히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라고 하는 것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독일에 괴테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위고가 있다!”라고 할 만큼, 비중 있고 작품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괴테를 알아야하는 것처럼, 프랑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고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위고가 고작 29살에 쓴 소설로 그가 작가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해 준 소설입니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그중에서도 종교가 지배하던 권력의 중심지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을 두고 세 남자가 벌이는 사랑, 질투 , 죽음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꼽추에 절름발이, 외눈박이, 귀머거리인 20살의 카지모도

야경대장으로 미남이지만 전형적인 속물인 페뷔스

천대받는 사회의 하층민이지만 대단한 미인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여기까지는 참 상투적인 설정인데 의외의 인물이 한 명 등장합니다. 부주교인 프롤로로, 그는 카지모도의 양부로 철학자이자 최상류층인 사람입니다. 그는 귀족으로 박학다식하며 자신에게 아주 엄격한 신부인데, 집시 여인인 에스메랄다를 보고 그동안 쌓아 온 지식과 금욕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합니다.

 

프롤로는 결국 성벽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하는데 이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반면에 자기하고 싶은 대로 사는 페뷔스는 부유한 귀족 여인과 결혼해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참 얄미운 캐릭터죠. 하지만 실제론 현실 세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그들의 만남은 운명이었고, 그들은 숙명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소설은 네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사랑, 증오와 죽음이 핵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이것 못지않게 위고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위고는 15세기 역사와 문화, 사회상에 대해 장황하리만큼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건축물이 인쇄술로 대체되면서 파괴되어지는 파리와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무한 애정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당황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데, 전체적인 맥락을 알고 읽는다면 충분히 공감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뮤지컬을 좋아 하시는 분들은 국내에도 몇 번 내한 공연을 한 「파리의 노트르담」을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노래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집시들과 거지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 우리를 금방 작품의 배경인 15세기로 안내해 줍니다.

 

 

<책속 구절>

 

가장 추악하게 찡그린 낯바닥을 하는 자가 만인의 갈채를 받아 교황으로 뽑히는 것이오. 아시겠소? 무척 재미있지요.

 

그 아가씨가 인간인지, 선녀인지, 또는 천사인지,.. 그토록 그는 그 눈부신 영상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도둑질과 매음과 살상이 파리의 포도 위에서 연출하는 저 영원한 연극의 모든 배우들이 이 시대에 옷을 입고 옷을 입는 거대한 탈의실.

 

인간, 예술가, 개인은 그 거대한 덩어리들 위에서 작자의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인류의 지성만이 거기에 요약되고 합산된다. 세월은 건축가이고 민중은 석공이다.

 

노트르담은 그가 자라나고 커감에 따라, 그에게 차례차례로, 달걀이었고, 보금자리였고, 집이었고, 조국이었고, 세계였다.

 

모든 문명은 신정으로 시작되고 민주주의로 끝난다.

 

모든 종교의 율법처럼 모든 민중의 사상은 그것의 건축물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끝으로 인류는 어떠한 중요한 생각도 반드시 돌로 썼다는 것.

 

오르페우스의 돌 글자에 이어 구텐베르크의 납 글자가 오게 된다. 책이 건물을 죽이려한다.

 

당신이 있다면 지옥도 내게 천국이야. 당신을 보는 것은 주님을 보는 것보다도 더 즐거워.

 

그는 자신의 숙명적인 정열, 결국 한 여자에게는 교수대를, 한 남자에게는 지옥을 가져다주어 그 여자는 사형수가 되고 자기는 영벌 받는 사나이가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 것을 생각보고 다시 창백해졌다.

 

사랑이란 나무 같은 것이기 때문에 , 그것은 저절로 자라나고, 우리는 온 생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폐허가 된 가슴 위에서도 흔히 계속 푸르러지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은 육의 유혹은 해롭고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건 페뷔스란 말이다. 페뷔스야말로 미남이란 말이다! 너는 사제 놈아, 너는 늙었다! 너는 못생겼다! 꺼져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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