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언젠가 읽은 것 같긴 한데, 언제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이럴 때면 문득 유년 시절의 기억을 영화처럼 생생히 묘사하는 뛰어난 작가들의 글과 비교가 되어 느닷없이 저의 한계를 깨닫고는 좌절하곤 합니다.
괴테는 황실 고문관 아버지와 시장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명문가 집안 출신으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8살 때 조부모에게 시를 써서 보낼 정도로 문학에 있어서 천재성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25살 때 본인의 실연 경험담과 친구의 자살 사건을 모태로 쓴 소설인데 우리에게 괴테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은 풋풋한 20대 중반 젊은이의 심경을 아주 실감나게 잘 묘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10대와 20대를 거치며 통과의례처럼 뜨거운 사랑의 열병을 앓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 소설은 18세기 후반인 1774년에 쓰여 졌는데, 설정이 아주 도발적입니다. 왜냐하면 25살인 베르테르가 16살인 법관의 딸 샤로테를 사랑한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그녀가 이미 약혼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임자가 있는 몸인 거죠.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로 딱 적합한 소재인데, 괴테는 이것을 멋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켰으니 그 작가적 역량이 참 대단하다고 할 것입니다.
결혼한 여자보다는 낫지만 요즘도 약혼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꽤나 문제가 되는 일인데 240여 년 전에 그렇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닌 거죠. 그런 마음을 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내포하는 일생일대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고민한 끝에 베르테르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처럼 베르테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샤로테를 약혼 이후에 만난 것은, 그에게 행복과 불행 모두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샤로테가 약혼자인 알베르트를 떠나기엔 그는 인격과 교양을 갖춘 너무나 멋지고 매력적인 남자였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물불 안 가리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샤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 후에도 베르테르는 자주 찾아가고, 연모의 정을 주체를 못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샤로테에게 마음을 고백해 보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하게 됩니다. 그는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샤로테의 생활에 평화와 안녕을 주기 위해 자살이란 방법을 통해 사로테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입증하게 됩니다.
저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 푹 빠져 광적인 사랑을 한 적이 있기에, 그의 열정적인 사랑과 연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됩니다.
이제는 누구처럼 슬픔이 아닌 기쁨이 되는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심지어 목숨까지 대신 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인류에게 사랑과 젊음이 존재하는 한 이 작품은 계속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잠실에 있는 샤롯데씨어터는 여주인공 샤로테에서 따온 공연장입니다.
<책속 구절>
아아, 이렇게 벅차고 이다지도 뜨겁고 마음속에 달아오르는 감정을 재현할 수 없을까?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이 거울로 삼을 수 없을까?
정말이지 이 내 가슴처럼 격하고 변덕스러운 것은 못 보았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고, 또 평등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간들은 어디서나 다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이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야.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무한히 풍부하고, 위대한 예술가를 창조하는 것은 오로지 자연뿐이다.
나는 헤어질 때 그날 중으로 다시 만나달라고 간청했다. 그 순간에 태양과 달과 별들이 조용히 계속해서 돌고는 있었겠지만, 나는 그때가 낮인지 밤인지를 가릴 수 없었다. 온 세계가 내 주위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하느님, 당신의 눈으로 보시면 오직 나이 많은 어린애와 나이 적은 어린애가 있을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로테를 느낄 수 있는 대기 속에 너무 가까이 온 거다. 그래서 눈 깜짝하는 사이에 벌써 나는 그곳에 가 있는 거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귀한 혈통의 말은, 무섭게 몰아대서 흥분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스스로 혈관을 물어뜯어 숨을 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역시 스스로 혈관을 끊어서 영원한 자유를 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나 혼자만이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희망에 속게 되며 만사는 기대에 어긋나게 마련이다.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거룩한 불길이 지금도 나의 입술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새롭고 뜨거운 즐거움이 나의 마음속에 깃들여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활에 평화와 기쁨을 다시 찾게 해드릴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기꺼이 용감하게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아, 가까운 사람을 위하여 스스로 피를 흘리고 죽음으로써 친구들에게 백배의 새로운 생을 북돋아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수의 숭고한 사람에게만 부여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