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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 불멸
  • 밀란 쿤데라
  • 11,700원 (10%650)
  • 2010-03-26
  • : 5,143

같은 문학 작품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느끼고 깨닫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작품성도 뛰어나면서 깊이가 있는 책들은-예를 들자면 괴테 「파우스트」나 밀란 쿤데라「농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불멸」등-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지 참 난감합니다.

 

“좋은데.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특히 쿤데라의 소설은 깊이가 있고 철학적이며, 표현도 아주 뛰어나고, 유머 감각도 훌륭해 한번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그 진가를 제대로 알기도 어렵습니다. 적어도 그의 소설은 두 번은 봐야 합니다.

 

작년에 불멸을 두 번 읽었는데, 처음과 달리 두 번째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도 훨씬 더 깊이 있게 오더군요.

 

불멸은 쿤데라가 작가로서 완숙기인 1990년, 61살에 쓴 소설로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살펴보니 제가 이제껏 읽은 책들 중에 모서리가 가장 많이 접혀져 있네요.

 

소설 하나에 철학, 역사, 예술, 정치는 물론이고 개인의 가치관, 성격, 사랑, 증오, 화해까지 모두 심도 있게 다루는 쿤데라라는 작가는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소설가입니다.

 

불멸은 그의 장편 소설인「농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우스운 사랑들」처럼 얼굴, 불멸, 투쟁, 호모 센티멘탈리스, 우연, 문자반, 축복 등 모두 7부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하나의 부가 개별적인 이야기이면서 전체적으로 아주 잘 설계된 도면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멋지게 연결되어 커다란 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 부가 개별 토론의 주제가 될 만큼 깊이가 있기 때문에 소설의 줄거리를 장황하게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4부 호모 센티멘탈리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3부 투쟁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예술과 자연뿐인데 쿤데라는 이 책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예술가인 괴테, 헤밍웨이, 베토벤, 루벤스, 말러, 릴케처럼 그의 소설이 불멸로 남기를 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주 도전적이죠.

 

그의 소설이 쉽지 않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만큼 알려고 노력한다면 영원히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약 그가 체코 출신이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러시아 출신이었다면, 그의 소설이 좀 더 대중적이었다면 벌써 노벨상을 받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그의 소설 속 특징을 좀 더 설명을 드리면, 그의 작품에는 음악이나 음악의 기법이 많이 등장합니다. 쿤데라의 아버지인 루드비크 쿤데라(1891~1971)는 체코의 유명 음악 학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작곡가 야나체크의 제자였으며 브르노 음악학교 교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쿤데라는 한 때 음악을 공부하기도 해서 음악에 대한 조예가 아주 깊습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 속에 음악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그는 조국에서 추방되어 46살인 1975년부터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그의 작품 속에는 조국 체코의 역사나 문화, 지명이 자주 등장합니다. 문화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이를 통해 그의 나라 사랑의 일단을 알 수도 있고, 지역적이 것이 어떻게 세계적인 것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지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성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아녜스는 물망초 한 가지를, 물망초 오직 한 송이를 사고 싶어 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아름다움의 마지막 자취로서, 그것을 두 눈 앞에 간직하고 싶어 했다.
 
   
아베나리우스는 유희를 즐기며, 그 유희는 중요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그에게 중요한 유일한 것이다.
그녀는 내 생의 여인이라오. 자축해야 할 일이죠. 인생은 너무 짧아서, 사람들 대부분은 절대 자기 생의 여인을 찾지 못하니까요.
유럽은 유럽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적 작품 오십여 편의 유럽으로 축소되었소. 이 얼마나 불평등입니까.
기억은 영화를 찍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가 모든 여자들에 대해 간직한 것은 기껏해야 마음속에 있는 사진 몇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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