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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 [전자책]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 0
  • 2012-11-06
  • : 7,931

읽은 것 같기는 한데 언제 읽었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고 합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분명히 읽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고 집에 책도 없고 해서 작년 가을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영국 요크셔 서부 시골 마을에 있는 저택 워더링 하이츠의 집주인 언쇼씨는 어느 날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새까맣고 더러운 집시 아이 히스클리프를 데려오게 됩니다. 집시는 인도에서 유럽에서 건너 온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유랑하는 사람들로 멸시와 천대를 받아 온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민족입니다.

 

언쇼씨의 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예뻐하자 그를 줄곧 괴롭히고 학대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교감하고 의지할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캐서린입니다. 둘은 이내 친한 사이가 되고 자라서는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 아내를 데리고 온 힌들리는 히스클리프와 총격전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를 정도로 둘 사이의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캐서린을 남겨 두고 종적을 감추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습니다. 3년 만에 돌아온 그는 힌들리, 애드거, 이사벨라에게 처철한 복수를 하고, 재산을 가로채는 등 후손들에게까지 재앙의 손길을 뻗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양심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고 살아 있어 모든 것을 손에 쥐게 되자 자신의 삶이 여전히 캐서린으로 채워져 있고, 그녀를 잃은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깨닫고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소설 읽는 내내 두 사람의 슬픈 사랑과 이별이 빚어낸 슬픈 가족사가 무겁게 가슴을 내리 누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이들을 막지 마라! 이는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니까.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의 여동생인 에밀리 브론테는 29살에 이 작품을 남기고 건강이 악화되어 30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니, 이 소설은 그녀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드러시크로스 저택 세입자인 록우드와 가정부 엘렌 딘에 의해 전개되는데, 양 집안의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러시아 소설처럼 얘기가 헷갈립니다. 그리고 같은 영국의 선배 소설가인 제인 오스틴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가독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성장기에 사랑을 받지 못한 소년이 자라서 어떻게 삐뚤어질 수 있는지, 광기어린 사랑이 결실을 이루지 못할 때 어떤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이 소설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질문들..

 

 

하나. 워더링 하이츠 저택 주인인 언쇼씨는 자신의 아이들보다 길에서 데려온 집시 아인 히스클리프를 왜 더 이뻐했을까?

 

이는 이유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자신의 아들인 힌들리와 히스클리프가 원수가 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설사 히스클리프가 마음에 들더라도 하인과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분명한 선을 긋고, 교통정리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죽고 나서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된다면, 그는 저승에서라도 땅을 치고 통곡할 것이다.

 

 

하나. 캐서린은 어려서부터 히스클리프를 좋아했고 자라서는 사랑했지만, 하인이라 천하고 교양 없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결국 조건보고 판사인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다. 하지만 그런 결혼이 행복할리 없고, 결국 신경 쇠약으로 고통 받다 딸(캐시) 낳다가 죽고 만다.

 

결국 사랑이 아닌 조건보고 결혼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 새롭게 주목한 인물이 에드거 린튼이다. 그는 캐서린과 결혼해서 힘든 결혼 생활을 하게 되고, 캐서린 간호하다 몸까지 상하게 된다. 나중에는 여동생 이사벨라까지 히스클리프에게 이용당하게 되는데, 그는 대체 뭔 죄가 있는지?

 

 

하나. 이사벨라가 낳은 히스클리프 아들은 병약하고 변변찮아 늘 구박덩어리가 된다. 그런데 히스클리프의 야심은 멈출 줄을 몰라 예쁘고 영리한 캐시와 거의 반강제적으로 결혼시켜, 그녀까지 불행한 인생을 살게 만든다.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탐욕에 등골이 다 서늘할 지경이다.

 

그런 아들이 태어난 건 저주일수도 있고, 성장기 학대와는 별개로 히스클리프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근본 성정이 못된 인간인지 잘 보여주고도 남는다.

 

인간이란 얼마나 허황한 바람개비같이 변덕스러운 존재인가!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지금 당신의 손이 닿고 있는 내 몸은 당신 것일지 몰라도, 당신이 다시 내게 손을 대기 전에 내 영혼은 저 언덕 꼭대기에 가 있을 거예요.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알다시피 난 그녀가 죽은 뒤로 미치광이처럼 밤낮으로 그녀가 내게 돌아오기를 빌었어. 영혼이라도 돌아오라고 말이야.

온 세상이 그녀가 전에 살아 있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의 진열장이라고!

저렇게 조용히 땅속에 잠든 사람들을 보고 어느 누가 편히 쉬지 못하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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