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늑대가 돼지 마을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조금씩 읽다 보면 이야기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늑대의 위험 앞에서 돼지들은 방법을 찾기 위해 모이지만 생각은 하나로 모이지 않습니다. 그때 어린 돼지가 우왕나무를 늑대가 피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어린 돼지의 말이 사실임이 드러나면서 마을 분위기는 크게 흔들립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부터 나타납니다.
우왕나무가 돼지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나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납니다. 나무를 가진 돼지와 그렇지 못한 돼지 사이의 차이는 빠르게 벌어지고, 결국 위험 앞에서 모두가 같지 않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 버립니다. 이 부분에서 현실과 겹쳐 보이는 면이 많아 마음 한쪽이 묵직해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은 부드러운 숨을 틔웁니다.
어린 돼지가 건네는 작은 우왕나무 조각은 갈등을 멈추게 하는 열쇠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창한 무언가보다 작은 마음 하나가 더 큰 안전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책장이 닫히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남습니다.
짧지만 생각할 지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기에도 좋고, 어른이 스스로 읽어도 충분히 가치가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오래 바라보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