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앤 호버맨의 <ABC Hotel>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가 아닌 ‘놀이’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시를 노래처럼 읽을 수 있고, 그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의 소리를 익히게 되는 과정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책에는 오디오북 음원이 함께 제공되어, 원어민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를 따라 읽을 수 있다. 아이가 영어 단어를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스스로 언어의 감각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루 한 편 낭독하기’만으로도 영어가 생활 속에 스며드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글을 쓴 메리 앤 호버맨은 미국 아동문학의 거장으로, 평생 어린이들을 위해 시를 써온 시인이다. 언어의 리듬과 따뜻한 감성을 통해 아이들이 언어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을 맡은 말라 프레이지는 칼데콧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시각화해준다. 글과 그림이 함께 노래하듯 어우러지는 페이지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